* 마음의 양식/좋은 글과 詩

자애로우신 어머니 마리아여/오세환

백당 - 백세까지 당당하게! 2009. 5. 27. 10:36

자애로우신 어머니 마리아여

 

어머니

분홍강은 어느새 흘러가고

꽃이 지기로 아파하기에는

세상일 마음 같지 않아서

당신을 호명하며 먼 길을 지나 왔습니다

 

어쩌면

먼 바다 강어귀에 차오르던

숭어 떼의 파닥이는 물보라처럼

오월의 맑은 초록에 숨결이

어머니 당신의 품안인양 와 닿습니다

 

자애로우신 어머니 마리아여

화사한 봄날을 건너온

청보리의 저 푸르름에 파도가

오월의 이랑사이로 밀려오듯

헤일 수 없는 감사와 은총으로 흠모 하나이다

 

산다는 것이 더러는

어둡고 캄캄하여 칼바람의 언덕을 넘어

풍요에 빠져 오만의 갓길에서

방황하던 저희를 바로 하여 주시는 어머니

당신의 그늘에 젖어봅니다

 

하여

가슴가슴 뜨겁게 박혀있는

영능의 주님만이 아시는

저희의 내밀한 소원을 올리며

가장 아름다운 밤을 맞습니다

 

오늘 이 밤 사랑으로 오시어

내 안의 검은 뒤태를 없이하시고

내 안의 나를 태워

밝고 맑은 출렁이는 영혼의 촛불이 되어

어디에서나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게 하소서

09-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