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일기 - 간단한 삶1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나 일 등을 줄이고, 꼭 필요한 적은 물건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생활방식을 미니멀 라이프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실천하며 사는 것이 쉽지를 않았다. 그런데 남편이 정년퇴직 후 2년간 코이카 해외 봉사단원으로 탄자니아에 갔고, 얼마 후 나도 그곳에 따라 들어가며 생각지도 않은 미니멀 라이프를 살게 된 것이다.
긴 여정 후 내린 다르에스살람 공항은 뜨거운 바람이 찜통뚜껑을 연 것 같았다.
마중 나온 남편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우리가 살 모로고로에서 공항까지 대절해온 차는 에어컨도 없었다.
차를 타고 한참을 가다보니 헤드라이트 불빛이 점점 약해진다. 몇 시간 걸려 간신히 모로고로에 도착하자마자 배터리가 완전 방전되었다. 아슬아슬했던 순간이었다.
모로고로 시내에서 다른 택시를 불러 남편이 구해놓은 집으로 가는 길은 정말 깜깜했고 무서운 밤이었다.
순간 앞으로 2년간의 시간들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너무도 피곤하여 그대로 잠이 들었다.
새소리에 아침잠을 깨어 밖을 내다보니 황톳길에 푸른 나무도 보이고 학교 가는 아이들을 보니 어쩐지 이 마을이 정이 들것 같았다. 낯선 외국인부부가 이사를 오니 신기한 듯 바라본다. 까만 피부의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부끄러운 듯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그들은 우리가 낯설듯 우리는 그들이 낯설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니 사진에서 본 허름한 집. 아이를 업고 머리에 물동이 이고 가는 검은 피부의 여인들이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 넓고 푸른 잎의 바나나와 야자나무가 흔하게 서 있는 것을 보니 아프리카임을 실감케 한다.
내게 탄자니아에서의 삶은 단순했다.
닭울음소리에 새벽이 되었음을 알고 작은 기척에도 연달아 짖어대는 동네 개들의 울음소리에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밤이 깊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이겨내야 했다. 그래도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 어릴 때 보았던 무지개와 뭉게구름, 밤하늘의 별이 얼마나 반짝이던지. 이른 아침 하늘에 무리지어 날아가는 새들이 어떻게 나는지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살려면 우선 먹거리를 찾아야하는데 동네가게라고는 나무와 곽딱지로 얼기설기 세워 나무 판대기를 얹어 그 위에 감자, 양파, 당근 몇 개, 콩 한 홉 정도 놓고 판다. 조금 큰 가게라고 해도 과일이나 그밖에 생필품을 조금 더 팔정도이다.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한꺼번에 넣어 계산할라치면 셈을 못한다. 결국 한 가지씩 꺼내가며 계산을 한다. 우습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다. 그래서 교육봉사를 온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