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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일기 -간단한 삶3

백당 - 백세까지 당당하게! 2020. 3. 8. 09:36


우리가 살던 모로고로라는 곳은 그래도 큰 도시에 속하지만 현지인들의 삶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동네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명랑하다. 길에서 만날 때마다 건네는 인사가 얼마나 긴지 모른다. 온갖 집안 이야기를 끝없이 나누고 안부를 묻는다. 아마도 어제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하룻밤 사이 풍토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이가 많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삶도 죽음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들이다.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답답하고 이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하쿠나마타타! (아무 문제없어요), 뽈레 뽈레! (천천히) 하면서 조바심치지 않고 살고 있다.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그곳 탄자니아에서 그들이 살아나가는 방법을 떠날 즈음에야 깨닫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아프리카생활을 하면서 단조로움을 벗어나는 일상 중 하나는 시장 보는 것이다.

어디를 가나 시장은 시끌시끌 생기로 넘친다. 처음엔 내게 무척이나 낯설고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우선 지저분하고 냄새가 코를 찌르며 외국인을 쳐다보는 시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한 모습이 되었다. 그곳엔 미툼바라는 중고시장이 있는데 전 세계의 구호물품이 다 이곳으로 오는 것인지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이곳에서 물건을 고를 때 안목이 필요하다.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푼돈으로 살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운이 좋으면 유럽에서 온 섬세한 손 뜨게나 수예품이나 당장 필요한 것들을 아주 싸게 살수도 있었다. 제일 눈에 띠는 것은 우리나라 옷들과 가방들인데 ㅇㅇ어린이집, ㅇㅇ속셈학원, 붉은악마 티셔츠, 선거용 쪼끼 등에 쓰인 한글을 그곳에서 보니 참으로 반갑기도 했다. 어쩌다 한국에서 온 가방 안에는 한국 돈이 들어있기도 했는데, 우리보고 자기네 돈인 실링깃으로 바꾸어 달란다.

시장에서 산 물건들은 현지생활하는 동안 잠깐 쓰고 버릴 것들이라 한국에 가져올 것도 없었지만 간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에겐 일정 기간 동안 만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짐을 싸려고 하니 한정된 가방 속에 무엇을 가지고 가야할까?

가방을 싸면서 몇 번이나 집어넣었던 물건을 덜어내었다. 대신 그곳에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과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진심으로 기도해주고 사랑을 나눠주었던 사람들로 내 마음속 가방은 채워졌다.

없는 것이 많고 위험도 많아 힘들었지만, 작은 것이라도 줄 것이 있어 행복했던 탄자니아에서의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단순한 생활이 가끔은 그리워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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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오려고 짐을 싸려고 하니 한정된 가방 속에 무엇을 가지고 가야할까? 가방을 싸면서 몇 번이나 집어넣었던 물건을 덜어내었다. 대신 그곳에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과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진심으로 기도해주고 사랑을 나눠주었던 사람들로 내 마음속 가방은 채워졌다. 없는 것이 많고 위험도 많아 힘들었지만, 작은 것이라도 줄 것이 있어 행복했던 탄자니아에서의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단순한 생활이 가끔은 그리워지기도 한다. 20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