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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명강사 협회 5주년 기념식

백당 - 백세까지 당당하게! 2020. 10. 16. 10:37

회원 수기

 

 

 

내 인생의 배낭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정 일 국(9, 서울)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길다.

 

엊그제 태풍 마이삭(MAYSAK)에 이어 제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베란다에 매달린 작은 화분에는 붉은 꽃이 곱게 피었고 비바람에 몸을 맡기며 흔들리는 모습이 애처러우면서도 아름답다.

 

어제 딸 내외가 손자들을 데리고 와 하룻밤을 자고 갔다. 손자들에게 지구본을 보여주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던 아프리카를 찾아보게 했다. 코끼리와 사자들이 살고 있는 동물의 왕국과 지구 반대편에도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어린이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4대가 한자리에 모였고, 나이로 보아 거의 한 세기 차이가 나니 우리가 원하던 원치 않던 이미 장수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들어 우리가 흔히 듣는 말 중에 웰 에이징(Well aging)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아름답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남은 삶을 어떻게 준비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강의를 다니면서 만난 많은 퇴직예정자들은 노후를 가치 있는 삶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설사 용기와 열정이 있다 하더라도 막상 도전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이게 된다.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당시 내게는 고령의 노모와 결혼 하지 않은 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등학교에서 정년퇴직 후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떠나서 2년간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활동하고 돌아왔다. 탄자니아 중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화학을 가르쳤는데, 맡겨진 수업시간은 교육당국에서 제시한 교육과정에 비해 절대 부족한 상태로 학생들은 교과서마저 없었다. 나는 처음으로 수업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가르쳐보는 새로운 경험도 해보았다. 학생들은 개인별 학습능력 차이가 컸으며 대체로 산수(곱하기 나누기)실력이 부족한 상태라 계산문제가 많은 화학과목을 가르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부끄럽게도 평생 가르치는 일을 해왔던 나도 많은 시행착오를 범했다. 해외봉사하면 현지어 습득과 함께 외국문화를 배우며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겉보기보다 아름다운 장미 빛만은 아니었다. 봉사 활동하는 중에 풍토병에 걸려 고생도 했고 생각치도 못했던 힘든 일도 있었다. 그렇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나니 자신감도 얻게 되었고, 아내와 함께 했던 의미 있는 시간들과 추억들을 우리 부부의 배낭 속에 훗날 함께 나눌 이야깃거리로 차곡차곡 담았다. 지금 다시 돌아봐도 그때 힘들게 선택했던 해외봉사활동은 은퇴 후 2모작 삶을 풍성하게 해준 최고의 선택이었다. 만약 해외봉사활동 지원당시 걱정과 두려움으로 머뭇거리며 힘든 발걸음을 한 발짝 내딛지 못했더라면, 해발 육천 미터에 이르는 장엄한 킬리만자로등반과 노예무역이 성행했던 역사의 현장탐방과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은 마사이들의 고된 삶 등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문화체험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봉사활동을 마친 소감은 이렇다. ‘내가 해 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다.’

 

내가 걱정 없이 봉사활동을 떠나도록 용기를 주었고 할머니를 잘 돌봐드린 자식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아프리카에 있으면서 항상 걱정했던 노모가 이제 95세가 되어 건재하시니 감사할 뿐이다. 나는 해외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웰에이징을 위해 가슴 벅찬 강사의 길에 도전 했다. 새로운 세계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던 도전 정신과 해외봉사의 소중한 경험은 나의 노년의 삶을 새로운 세계인 프로 강사의 길로 이끌어 준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은 ‘KPO 명강사협회소속 전문 강사로 젊은이들에게는 용기를, 퇴직예정자들에게는 도전을 권하며 웰 에이징의 삶을 살고 있다.

 

여러분은 이모작인생 배낭에 무엇을 담으시렵니까?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니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생각난다. 흰 눈 덮인 킬리만자로와 광활한 초원 풍경이 펼쳐지는 아프리카! 그것은 내게 새로운 도전이자 유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