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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행복한 학생을 만드는 교사의 역할

행복한 학생을 만드는 교사의 역할

- 긍정적 심리학 (Positive Psychology)과 창의성 연구를 중심으로 -


주은선 (덕성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어린 시절 우리집에는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도록 어머니가 항상 불 위에 올려놓고 끓이고 있는 수프 냄비가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이탈리아 북부의 산기슭에 살았을 때 할머니한테서, 그 할머니는 또 그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꿀꿀이죽 요리였다.

 어머니의 수프 덕분에 우리는 전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것이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는 포근한 안식처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수프에 무엇이 들어있는가에 따라 우리집 형편을 짐작할 수 있었다. 토마토며 당근, 콩, 셀러리, 옥수수, 쇠고기 등 재료가 듬뿍 들어 국물이 걸쭉하면 살림이 좋은 때이고, 국물이 허여멀거면 살림이 어려운 때였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수프가 맛이 없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꼭 한번 몹시 원망스러운 적이 있었다. 내가 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네 집은 우리와는 달리 대단히 잘 살았다. 그의 집에는 흰 제복을 입은 요리사까지 있었으며 식탁위에는 늘 값진 음식들이 푸짐하게 놓여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꿀꿀이죽에 익은 내 구미에는 잘 맞지 않았다. 분위기도 내게는 엄숙하고 딱딱하기만 했다.

 우리집에서는 흔한 게 정다운 포옹이었다. 어른, 아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가 툭하면 정답게 포옹을 해가며 서로 반기는 것이었다. 나는 또 툭하면 어머니에게 키스를 해야했다. 어쩌다 밖에서 놀다 집에 돌아와서 키스를 잊으면 당장에 어머니는 ‘너 어디 아프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 친구는 자기 아버지하고도 고작해야 악수를 나누는 정도였다.

 그 친구네 집과 우리집과는 이렇게 어울리지 않았다. 따라서 그가 우리집에 오고 싶어하는 줄 알고 있으면서도 초대할 수는 없었다. 만약에 그가 우리집에 와서 우리 식구들을 한번 만나보고 난다면 당장에 우리 둘의 우정은 끝장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우리 어머니의 꿀꿀이죽을 먹는다면? 그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를 우리집에 초대해야 할 운명의 날이 왔다. 그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우리집 아홉 식구가 일제히 그를 껴안고 그의 등을 두드리기도 했다.

 우리가 모두 식탁에 앉자 어머니는 그 ‘저주스러운’ 꿀꿀이죽을 덜어주면서 그게 얼마나 건강에 좋은가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내 친구의 팔을 주물러보더니 이 수프를 다 먹으면 당장에 알통이 생길 것이라고까지 말할 때 나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친구는 그 꿀꿀이죽을 다 먹고 난 다음에 한 그릇을 더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식구들의 뜨거운 포옹을 또 한차례 받은 그를 전송하려고 문 밖에 나간 나에게 그는 이렇게 부러운 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좋은 가족을 가지고 있는 너는 얼마나 행복하겠니. 우리 엄마도 네 어머니처럼 음식을 잘 만들 줄 알았으면 좋겠다.”

 그 후 10여년이 지난 이제와서야 그때 왜 나더러 ‘너는 행복해서 좋겠다’면서 부러워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 친구가 수프를 먹으면서 얼굴에 홍조를 띠었던 것이 그저 국물이 뜨거운 탓으로만 생각했었다. 사실 그것은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의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분위기에 도취된 때문이었던 것이다.“


       (조선일보, 2000년 5월 9일)

  

1. 서론


 인간은 방식과 정도의 차이일 뿐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또한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Buss, 2000). 과거에 비해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을 이루었다. 우리는 불과 50년전에 비해, 튼튼한 집에서, 풍부히 먹으며 취향대로 옷을 입고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의, 식, 주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고 (물론, 우리 주변에 아직도 굶주리고 집 없는 이들도 있지만), 손가락 하나로 세상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으나,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는 참 행복해!”라고 느끼며 살고 있을까?

 인간은 물질문명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이를 위해 오늘날까지 열심히 질주해왔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정신과를 찾고, 심리치료나 상담을 받고자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으며, 해맑은 미소의 아이들을 보기가 힘든 것은 왜 일까? 이제는 어느 정도 필요한 욕구는 갖추었으니, 질주를 잠시 늦추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왜 뛰는가를 생각해 보아야한다. 즉, 어떻게 하는 것이 “잘 (well-being)” 사는 것이고, "충만한 삶 (fulfilling life)"은 무엇이며, "행복 (happiness)"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점검해 보아야한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 중에서 매우 중요한 교육현실을 살펴보자. 우리의 교육현실은 과연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학생이 행복한가, 학부모가 행복한가, 교사가 행복한가? 가정에서의 부모역할은 매우 중요하나, 학교 장면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 교사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한 교사들이 요즈음 한국적 교육현실에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힘들어하는 교사들을 보며, 학생들도 힘들어한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행복한 교사”는 “행복한 학생”을 만든다. 본 논문은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학생을 만든다는 주제로 이를 위해, 첫째, 어떻게 하면 교사 자신들이 인간으로서 행복할 수 있을까를 먼저 다룬다. 최근의 심리학 경향인 “긍정적 심리학 (Positive Psychology)"에 대해 설명하고 이 중에서도 1) 행복한 사람들의 특성, 2)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3) 플로우(flow: 삼매경에 들어간 듯한 심리적 상태) 순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둘째, 행복하고 충만한 경험으로 대표될 수 있는 창의성에 대해 다루는데, 이를 1) 어떠한 특성으로 인해 창의성이 발휘되는가?, 2) 창의적 성취를 한 사람들의 발달 심리학적 특성들은 어떠한가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내용으로 교사들이 소그룹으로 활동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수렴하는 워크샵 (workshop)형식을 취한다. 


2. 긍정적 심리학 (Positive Psychology)


 미국 심리학회의 학술지인 American Psychologist에서는 2000년도 특별호로 “행복과 최상으로 기능하는 인간에 대한 주제”로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다. 심리학은 의학적 모델로 질병과 건강에 관련된 것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등한시한 정상인에 초점을 두어, 일과 교육, 통찰, 사랑, 성장 등의 주제로 이들을 어떻게 하면 더 튼튼하고, 생산적이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가에 초점을 두어야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Seligman & Csikszentmihalyi, 2000). 최근에 의학 분야에서도 예방의학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병에 걸리기 전에 미연에 방지하자는 입장으로, 심리학에서도 정신질환이나 스트레스를 어떻게 치유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최상의 것을 양육하여 어려움에 잘 대처할 수 있게하고 더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긍정적 심리학은 가치있는 주관적 경험 (valued subjective experience) 을 다루는데 여기에는 만족, 희망, 낙관, flow, 행복 등의 주제들이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접근방법으로는 긍정적인 개인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사랑과 일에 대한 능력, 용기, 대인관계 기술, 심미적 감각, 인내, 용서, 독창성, 미래지향성, 행복의 이슈들이 있고, 집단 차원에서의 접근방법으로는 더 나은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책임, 양육적, 이타주의, 공손함, 중용, 관용, 윤리, 도덕의 이슈들이 있다 (Seligman & Csikszentmihalyi, 2000). 이 중에서 개인차원의 행복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행복한 사람들의 특성

 Sheehy (1982)는 미국 전역에 거쳐 60,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연구를 통해 행복한 사람들에 대한 특성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주관적 경험이기에 자기보고식 (self-report)이므로 자신이 행복하다고 보고한 사람들은 첫째로, 연령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대부분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50대 이후의 사람들, 특히 70대, 80대 노인층에서 자신들은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젊음을 추구하고자 안간힘을 쓴다는 것에 의문을 가져온 의외의 발견이다. 물론 이 행복한 노인층의 사람들은 젊었을 때 가졌던 건강한 신체를 원하지만 그 시기에 겪었던 혼돈과 갈등은 다시 겪고 싶지 않다며,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지금은 후회가 없이 행복하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는 Erikson의 심리사회적발달 단계로 보았을 때 65세 이후에 겪는 8단계인 통합 대 절망의 단계로 긍정적인 단계 수행을 하였기에 통합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다 (주은선, 2000b).

 둘째로, 자신이 행복하다고 보고한 사람들은 직업적인 면에서 주로 고등교육을 받아 자신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고, 특히 낮은 행복감을 보고하는 사람들은 블루칼라의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 (Sheehy, 1982). 이들은 직업에 있어서 자신이 통제력(control)을 적게 경험하기에 종종 좌절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셋째로, 결혼여부에 있어서, 물론 결혼생활이 긍정적이어야 하겠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결혼을 한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보고하였다 (Sheehy, 1982). 가장 최근의 연구를 보면, 이 결과는 역시 입증이 되고 있다 (Myers, 2000) (Figure 1. Marital status & happiness참조). 또한 결혼과 우울증에 대해 상관을 조사한 결과 2번 이혼을 한 집단이 가장 우울증이 심했으며, 다음으로는 동거 집단, 1번의 이혼 집단, 한번도 결혼한 경험이 없는 집단, 결혼한 집단 순으로 우울증을 보고하고 있다 (Myers, 2000) (Figure 2. Marital status & depression rate 참조). 점차로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혼과 동거 혹은 독신의 비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넷째로, 사회경제적 배경을 보았을 때, 자신이 행복하다고 보고한 사람들은 주로 중, 상류층의 사람들이었다.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어야 삶의 만족과 행복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heehy, 1982). 그러나, Myer (2000)의 연구를 보면 수입이 증가됨에 따라 행복이 같은 정도로 증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Figure 3. Has economic growth advanced human morale? 참조).

 다섯째로, 종교의 유무를 보았을 때,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은 행복하다고 보고하는 경향이 있었다 (Myers, 2000). 더 나아가 종교활동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행복감을 더 높이 보고하였는데, 예를 들어, 종교적 활동을 자주 빈번히 하는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이나 그 이하의 경우 사람들에 비해 행복하다고 하였다 (Figure 4. Religious attendence and happiness 참조). 이는 종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자기 생활 관리와 점검에 소홀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밖의 특성들로 행복하다고 보고하는 사람들은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유머가 있으며,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연구가 있다 (Salovey et al., 2000; Sheehy, 1982; Vallant, 2000).


<실습>

 자, 그렇다면, 여러분은 현재 자신들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우선 부록 1의 얼굴 표정평가를 보고 “나의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자문하고 해당하는 얼굴에 표시를 하십시오. 다음으로는 좀더 구체적으로 삶의 만족도에 대해 알아봅시다. 부록 2의 인생 만족도 검사 (The Well-being Scale)를 실시합니다. 문항 하나하나 솔직하게 체크를 함으로써 여러분의 인생 다양한 영역 중에서 어느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고 어느 부분은 낮은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평균과 비교하고 나온 결과를 WORKSHOP의 소그룹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대안을 마련해봅니다. 소그룹 활동시에는 부록 3에서 다루고 있는 상담의 기본 기술과 중지수렴 방법을 활용합니다 (주삼환, 명제창, 1995; 주은선, 2000b).  


2) 내적 동기 (intrinsic motivation)

 우리는 어떠한 일을 할 때, 그것이 가져다주는 부수적인 결과보다는 그 일에 순수히 몰두할 때 더욱더 열심이고 만족도가 높은 것을 종종 경험한다. 내적 동기는 이렇게 어떠한 일이 가져다주는 부수적인 것으로 인해 행동하는 외적동기 (extrinsic motivation)가 아니고, 일에 있어서 그 차체에 몰입하여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도전하며, 탐색하고 배우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상화하는 활동을 뜻한다 (Ryan & Deci, 2000). 우리 주변을 보았을 때,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보상받는 일이 아님에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부와 명예가 목표이고 일은 이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외적 동기에 의해 일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삶에 만족하며 행복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와 명예가 따라와 주는 경험을 한다.

 현재 한국의 많은 교사들은 정년의 문제, 학교 붕괴 현상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모 일간지에서는 “선생님에게 제자리를....”이라는 주제로 시리즈를 담고 있다. 만약에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랑하며, 배움에 대한 열정 그 자체에 의한 내적 동기가 유발되지 않고, 이전에 강조되었던 권위 등에 의한 외적 동기로 교사가 된 사람은 현재 더욱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디에 초점 (focus)을 두는가의 문제이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의 권위에  초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단 몇 명이라도 나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출것이가에 따라 그 교사의 행복도는 달라진다. 선생님들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야한다.

 더 나아가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학교 생활에 대한 내적 동기를 살펴보자. Larson (2000)은 미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내적 동기와 집중도를 알아보았다. 청소년들이 주로 접하는 4가지 분야인 학급에서의 경험, 친구들과의 경험, 스포츠 때의 경험, 미술이나 취미 과외 활동 때의 경험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Figure 5-1에서 5-4에서 알 수 있듯이 집중은 어느 정도 있었으나 학급에서의 경험이 내적 동기가 가장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반면에 자신이 선택하고 즐거워하는 미술이나 취미 과외 활동 때의 경험에서 내적 동기가 현저하게 높고, 집중도도 뛰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의 학급에서의 내적 동기를 어떻게 하면 증가시킬 수 있는가는 교사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훌륭한 교사는 학교는 졸업을 해야하는 것이고, 공부를 잘해야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교실에 앉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자신이 선택하여 교실에서 열심히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실습>

 자, 그렇다면, 여러분은 현재 자신들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며, 소그룹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다룬다. 나는 어떤 이유로 교사가 되기를 희망했나요? 교사로서의 나의 내적 동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떠한 외적 동기들이 나의 내적 동기를 방해하는가요? 이를 대처하고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학생들의 내적 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해 교사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후, 소그룹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대안을 마련해 보도록 합시다. 


3) 플로우 (flow)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이에 필요한 능력과 기술을 갖춘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높고 행복하다고 한다 (Libinski & Benbow, 2000). 특히 천재들이나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은 Csikszentmihalyi 가 설명하고 있는 플로우 (flow)를 경험한다 (Cikszentmihalyi, & Larson, 1984). 이는 삼매경에 들어간 듯한 심리적인 상태로, 예를 들어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완전히 몰입하여 그 행위에 푹 빠져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좋아하는 어떠한 일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하여 그 일이 끝난 후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Csikszentmihalyi (1990)는 이 flow를 최상의 경험을 위한 심리학이라고 명하고 이를 위해서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도전)와 행위 능력 (기술)의 적합성이 중요하고 이 match가 적절하였을 때 flow를 경험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match가 적절하지 않을 때에는 지루함이나 불안감을 경험하게된다. 예를 들어, 기술은 높으나 도전이 낮으면 지루함을 경험하고, 기술은 낮으나 도전은 높게되면 불안감을 겪는다 (Figure 6. Model of Flow Experience 참조). 가장 최상의 flow 경험은 뛰어난 기술과 높은 도전정신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실습>

  자, 그렇다면, 여러분은 현재 자신들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교사로서 당신은 flow를 경험하십니까? 어떠한 경우에 경험하십니까? 또한, 학생들의 flow경험을 위해 교사는 무엇을 어떻게 하실 수 있을까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후, 소그룹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대안을 마련해 보도록 합시다. 

 

3. 창의성 연구

 창의성에 대한 연구는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먼저 개인적 차원의 필요성으로는 삶의 질에 관련된 이유이기 때문이다 (주은선, 2000a). 창의적인 인간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볼 수 있고, 자아 실현을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Roger, 1961; Maslow, 1962). 또한 사회적인 차원에서 보았을 때,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영역면에서 창의성 연구는 중요하다. 각 개인이 생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몇 가지 만 이라도 낼 수 있다면, 이는 사회, 경제, 문화 등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인수, 1998). 좀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에서도 창조적 지식기반사회를 이끌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세운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고, 이를 위해 교사들의 창의성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높아졌으리라 본다.

 우선 창의성의 개념정의를 살펴보면, “새롭고 (novel) 적절한 (appropriate)것을 생성해 낼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다 (최인수, 1998, p.26)”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충분히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접근하여야하나 한국의 경우 창의성 연구가 희박하므로 외국의 연구를 살펴보고 이를 참조하여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은선, 2000a).   


1) 어떠한 특성으로 인해 창의성은 발휘되는가?

 Barron등은 70년대 말까지 창의성과 관련된 성격적 특성을 심미적 특성에 대한 관심, 광범위한 흥미, 어려운 문제에 대한 집착, 넘치는 활동 에너지, (판단의) 독립성, 자율성, 통찰력, 자신감, 개방성 등으로 요약을 했다 (최인수, 1998). 최근의 Sternberg등은 이제까지 밝혀진 방대한 성격특성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5가지가 항상 창의적인 사람들의 공통 특성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1) 애매모호함에 대한 참을성, 2) 인내, 3)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 4) 기꺼이 모험을 하려는 정신, 그리고 5)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었다.

 이에 더나아가 Csikszentmihalyi는 한가지 독특한 특성을 발견하였다 (최인수, 1998). 창의적인 사람들의 성격특징이 다양하기는 하나, 이를 10개의 큰 차원으로 나눌 수 있었고, 이들 차원이 각각 대립되는 양극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본다 (예, 내향성 대 외향성). 이에 주목할 점은 창의적인 사람들은 양쪽 극단의 특징들을 다 기지고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때로는 매우 즉흥적이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매우 계획적이라는 것이다. 한 인간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발휘하여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Jung 이 주장한 현대 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인간은 여성이든 남성이든간에, 여성성과 남성성을 다 적절히 갖추고 이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 것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Campbell, 1971).      


<실습>

 자, 그렇다면, 여러분은 현재 자신들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교사로서 당신은 창의적인 사람입니까? 여러분의 창의성을 막는 것은 무엇인가요? 또한, 학생들의 창의성을 위해 교사는 무엇을 어떻게 하실 수 있을까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후, 소그룹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대안을 마련해 보도록 합시다. 


2) 창의적 성취를 한 사람들의 발달 심리학적 특성들

 이제까지는 창의성을 갖춘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성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창의성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가’의 의문이 생긴다. 이를 위해서 창의적 능력이 아동 발달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연구인, 각 발달 단계와 창의성과의 관련성을 발달 심리학적 연구결과들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최인수 (1998) 논문에 의하면, 아동, 청년기에서의 창의성과 관련된 첫 번째 특징으로 아이들의 사물에 대한 비상한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강한 ‘결단력’을 들고 있다. 둘째, 이런 호기심을 갖는 역할 모델로서 부모의 역할은 창의성 분야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셋째, 창의적 인물들의 출생 순위를 보면 첫째가 많다는 것은 흥미로는 사실이다. 넷째, 부모와 관련된 특이한 사실은 창의적 인물들의 부모 중 한 명이 (특히, 부친) 그들이 10대가되기 전에 사망했다고 하는 사실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하고, 주변에서 어른의 개입보다는 지지적 (supportive)인 기반을 마련해주되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어야한다고 볼 수 있다.     

 창의적 인물들의 성인기 특징들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이들은 최소한 한 명이라도 정서적, 사회적 지지자 (supporter)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프로이드, 아인스타인, 간디등 세계의 유명한 자아 실현자들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이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해주는 정서적 지지자가 있었고, 이들의 뛰어난 발견의 본질을 이해해주는 인지적 지지자를 갖고 있었다 (Gardner, 1993). 둘째로, 스승의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스승의 힘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창의적 인물에 있어서 이 스승의 존재가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최인수, 1998). 스승은 이들에게 지적인 보살핌과 도전 의식을 강조하는 심리적 역할과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사회적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동의 창의성 개발 프로그램을 위한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Amabile (1983)은 아동의 창의성을 위해 8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1) 자극을 줄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할 것, 2)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수 방법을 사용할 것, 3) 동조하도록 하는 또래의 압력을 줄일 수 있도록 할 것, 4) 제도 교육의 장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할 것, 5) 창의성 향상에 적절한 사회화절차를 사용할 것, 6) 창의성과 관련된 좋은 학습태도를 장려할 것, 7) 통제를 최소한 할 것, 8) 최소한의 보상을 사용할 것 등이다.  


<실습>

 현재 당신이 담당하고 있는 학생의 경우, 창의성 발휘를 위해 어떠한 특성이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Amabile (1983)이 제시한 창의성을 위한 8가지 제안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후, 소그룹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대안을 마련해 보도록 합시다.


4. 토의


 행복한 학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교사가 행복해야한다는 전제로, 최근의 심리학 경향인 긍정적 심리학과 창의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힘든 교육현실에도 교사들이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로, 교사들은 자신의 생활 점검과 감정파악 등을 위해 일기 (일지)를 쓰기를 권하고 싶다. 매일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자기 성찰의 기회를 주기에 상담이나 심리치료 효과가 있다. 규칙적으로 시간을 내어 그날 그날 겪은 일을 정리하면, 일상 생활에서의 혼돈이나 갈등을 줄일 수 있고, 자신이 가야할 길에 대한 확신과 미래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둘째로,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다양한 경험과 원만한 인간 관계는 삶의 질을 높여준다. 자신과는 다른 경험을 가졌다하더라도 현재 교직에 있는 다른 교사들과 구체적인 목표하에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은 매우 생산적이면서도, 심리적으로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좀더 긍정적으로 교사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최근에 만들어진 과학 교사들의 한 모임인, ‘신나는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셋째로, 평생교육 (life-long education)의 중요성이다. 사회는 점차 다양해지고 지식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한다. 많은 교사들이 하루종일 학생들을 가르치고 난 후에도 더 배우고자 교육대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교사들은 힘들지만 즐겁고, 행복하며, 자신들이 학생이기에 학생들의 입장에서 가르칠 수 있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많은 교사들이 ‘난 꼭 커서 선생님이 될거야’라는 자신만의 그 특별한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하길 바란다. 어쩌면 한국 교육의 미래는 교사들의 행복에 달려있는지 모른다.        

출처 : 2008년1기중등교장연수
글쓴이 : 송수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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