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려 기일에 또 떠납니다
- 77세의 봄, 나는 다시 길 위에 선다.▲기일, 다시 길 위에 선다.아내의 기일을 앞두고, 그녀의 백팩을 메고 배낭을 끌며 길을 나선다. 혼자지만, 혼자는 아니다. ⓒ 정일국아내가 떠난 뒤, 집 안의 공기는 결이 달라졌다.혼자 끓인 국은 유난히 빨리 식고,숟가락 하나 드는 일도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한 사람이 곁을 비웠을 뿐인데,하루의 길이는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났다.슬픔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내 몸에 맞게 조금씩 스며드는 것이었다.그래서 아내의 기일이 다가오면짐을 싸서 길을 나선다.슬픔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지켜야 할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탄자니아에서 해외 봉사를 하던 시절,풍토병으로 쓰러졌을 때내 곁을 밤새 지킨 건 아내였다.함께 바라보던 그곳의 끝없는 초원,풀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