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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게시판/건강이야기

[스크랩] 교장도 품격과 품질의 차이가 있다!

<교장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자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교장 승진이라고 하면, 소위 군대에서 장군으로  진급하는 것과 같다.

대령과 차이가 나는 것이 대략 40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대령 100명보다 준장 1명이 더 낫다는 말은 그만큼 별을 달기가 어렵고 좋다는 뜻이며, 수많은 전장에서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인품과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 스타가 되는 것이다.

 

 교직에서의 별은 바로 교장이 되는 것이다. 장학관, 과장, 교육장, 원장, 국장의 보직을 거쳐도 결국 최종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학교의 교장이다. 앞으로는 공모 교장이 많아질 것이라는 교육정책과 추세를 거스릴 수는 없지만, 공모교장도 결국 교장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에게 기회가 더 주어지고, 능력과 전문성을 겸비하였다고 평가를 받았을 때에 비로소  선정이 되고 임명 절차를 밟아 교장이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교장으로 임명되어 대통령으로부터 발령장을 받으면, 조상의 산소에 가서 성묘부터 한다. 자기가 교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조상의 음덕이며, 뒷동산의 정기를 받아 가문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신념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산전수전 다 겪어서 이렇게 승진하기까지 개인적으로 30여년 교직생활의 최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바로 교장이 아니겠는가?

 

 2009년 3월1일 현재, 경기도교육청 관내 공립중학교 교원수 20,276명, 공립 고등학교 교원수 17,715명 총 37,991명 중에 공립중 교장은 중학교 469명, 공립 고등학교 교장은 262명으로 중.고교 교장 총숫자는 731명이다. 비율로 계산하면 교장은 교원중에 약 52: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명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사립학교는 학교 재단에서 임명하므로 제외)

 교직의 별인 교장에 임명되기까지는 나름대로 훌륭한 인품, 뛰어난 교수-학습지도 능력, 교과 전문성이 뛰어나고, 대인관계도 원만하며, 학교 경영의 자질이 뛰어난 사람이 역시 교장선생님으로 임명이 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교장에 대한 선생님들의 호칭도 우리나라 최고 어른이신 대통령을 '대통령님'이라고 부른다해서 그런지 간단히 줄여서 '교장님'이라고 반토막 혀가 부러진 소리가 많이 들린다. 이 세상에서 '선생님'호칭보다 더 훌륭하고 가장 대접받는 호칭이 어디있을까?

대학교수들도 실력있고 심지가 곧은 학자다운 교수님은  '아무개 교수님'이라고 제자가 부르면,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제자를 만나면 정색을 하고, 선생님이라고 불러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조차 교장선생님을 스스럼없이 '교장님'이라고 부른다.

당사자인 교장의 입장에서는 별로 기분좋은 말은 아니다. 어쩌다 재물운이 있어서 감투를 쓴 어느 학교운영위원장이 교직사회를 잘 모르고 세속에 물든 말의 홍수 속에서 '교장님'이라고 부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서는 단호하게 '교장선생님'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며, 직위에서 오는 권위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교장의 권위가 날로 땅에 떨어진 여러가지 이유 중에 교장 스스로 언행불일치의 신뢰를 잃거나, 자질부족으로 인해서 전체 교장의 권위와 이미지에 손상을 입는 일이 종종 있어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엊그제(6월23일), 수원의 경기대학교 대강당에서 "경기도내 국공립 고등학교 교장 연찬회"가 있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님과 최호준 경기대 총장님이 참석한 연찬회에서 특강으로 차인태 교수님의 "희망과 행복을 더하는 대화법"이라는 90분짜리 강연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차인태 교수(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는 '장학퀴즈'와 제주문화방송 사장으로 유명하며, 1944년생이다.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처음에는 KBS아나운서로 시작해서 MBC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지적이고 친근한 이미지의 아나운서로 이날 강연도 아주 유익하고 훌륭한 강의였다. 90분 강연에서 마지막 30분 정도는 자녀교육, 본인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 60평생의  세상을 살아오면서  겪은 인생 철학 등을 이야기하는 아주 재미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하는 명강의였다.

 "인생은 끝없는 후회의 연속인데, 그 후회를 최소화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고 성공한 삶이다. 학생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해야한다."고 하면서 끊임없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그래야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역사의 과거를 모르고 현상만 아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며 오늘날 분열, 반목, 질시의 사회적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차교수님의 경륜을 이야기하는 것같아서 모두가 수긍하며 긍정하고 공감하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예정된 강연시간이 약 1분정도 초과했을 때, 어느 교장 한명이 큰소리로 "이제 정리하고 끝냅시다!"하고 찬물을 끼얹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예의없는 태도에 아연실색했다. 강연자에 대한 가장 큰 결례를 범한 것이다. 마치, 학교에서 교무회의 때, 벌떡맨의 불유쾌한 외마디 외침을 보는 것같았다. 그 말씀을 듣고 차교수는 기분나쁜 표정을 애써 감추고, "네, 이말씀만 드리고 마치겠습니다."하고 응대하면서, 교장선생님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말씀으로 서둘러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강의를 해본 사람은 모두 느끼겠지만 그런 경험을 당하면, 기운이 쑥 빠지고 아주 기분이 나쁘게 된다. 그 한마디 때문에 지금까지 강의하신 차교수님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태도가 실종된 것이다. 왜 같은 말이라도 사람 그릇에 따라 그 가치와 기품이 다른가?  김수환 추기경님처럼 꼭 필요한 때의 한마디 말씀은 엄청난 감동을 주지만, 하지 말아야할 때 범부의 한마디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약 170명의 고등학교 교장이 모인 자리에서 그 교장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장이라고 다 똑같은 교장이 아니구나! 실컷 열심히 듣고 더 이상 듣기 싫으면, 조용히 자리를 뜨고 나가든지 아니면 조금만 더 참으면 될 것을 가지고, 지금까지 열강해주신 교수님에 대한 결례를 범할 뿐 아니라, 경기도내 중고교 교장의 수준이 그정도밖에 안되는가?'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까 염려가 되었다.

학생들에게 예절바른 태도, 긍정적 사고와 인내를 가르치고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은 언행불일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씁쓰레한 기분이 들었다.

차교수가 1944년생이니까, 그자리에 모인 모든 교장선생님들보다 연장자인데도 장유유서가 물구나무선 표현을 하는 언동은 같은 교장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교장선생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품이요, 넉넉한 마음이 중요한 것같다. 실력있는 교장보다 친절한 교장을 더 훌륭한 교장으로 생각하는 선생님들의 평가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교장도 품격과 품질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왜 다면평가가 필요한가에 대한 이유를 새삼 물을 필요도 없다. 한마디의 말실수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여러 사람을 유쾌하지 못하게하고 우울하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좀 불편하다고 해서, 소영웅심리로 안해도 될 말을 하여 교장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태도는 '기다림과 인내, 너그러운 마음의 이미지를 갖는 스승상'과는 정면 배치되는 행동이다.

 

 신문만 품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교장도 품질이 있다. '품격있는 교장, 항상 언제 어디서나 교과서같은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교장, 똑똑한 교장보다는 훌륭한 교장이 되려는 마음 수양을 더 쌓는 교장'이 학교 경영을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은 결코 사치가 아닐 것이다. 

 

 *지난 6월23일 연찬회에 참석했던 경기도국공립고교 교장선생님은 댓글 부탁드립니다.(송수현 올림)

출처 : 2008년1기중등교장연수
글쓴이 : 송수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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