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선물
크리스마스는 선물의 계절이다. 예수님이 탄생했을 때 동방박사가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로 바친 것과 4세기의 성자 니콜라스가 가난한 사람 신발에다 몰래 동전을 넣어주었다는 전설 때문에 그런 전통이 생긴 것 같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도 그런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켰다. 물론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의 오심 그 자체가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가장 고귀한 사랑이며 선물로 이해하고 있다.
오 헨리의 단편은 우리말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번역되었지만 원문의 제목은 <동방박사의 선물> (The Gift of the Magi)이다. 가난한 젊은 부부가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나 서로에게 줄 선물을 살 돈이 없었다. 마침내 아내는 그가 가진 유일한 것, 즉 그의 아름다운 머리칼을 팔아 남편의 시계를 위해 시곗줄을 샀고 남편은 그가 가진 유일한 재산인 시계를 팔아 아내 머리칼을 위하여 빗을 산 이야기다. 얼른 보아서 동방박사의 선물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동방박사와 그 가난한 부부의 선물의 중요한 공통점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에 선물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 가난한 부부의 경우 그들이 받은 선물은 자신들에게 아무 소용도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아름답고 좋은 선물이었다. 선물의 효용가치가 아니라 선물에 담긴 사랑과 정성이 중요한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마땅히 이런 사랑을 생각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불행하게도 선물문화가 많이 타락해 버렸고 사랑도 피상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 같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더 관심이 많고, 선물에 담긴 정성과 사랑보다 선물의 값이 선물의 가치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 타락은 바로 크리스마스 그 자체의 타락과 직결되어 있다. 하나님의 사랑은 구호(lip service)로만 남아있고 백화점이 크리스마스의 주인이 되고 말았다. 사랑이 아니라 돈이 선물과 크리스마스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12월 25일은 예수의 생일과는 전혀 무관하다.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자,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태양신 축제일을 예수 탄생일로 바꿔버린 것이다. 차라리 아르메니아 교회가 지키는 1월 6일이 예수 탄생의 역사적 사실에 더 가깝다 한다.
그래서 지금의 12월 25일은 세속적인 공휴일로 남겨두고, 1월 6일을 크리스마스로 지켜 참 사랑과 순수한 선물의 가치를 되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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