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길에서 따뜻한 인연이 되다
1
우리는 평생 인생 길 위에 살고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길에
정일랑 두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가수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
‘길’이란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참 문학적 철학적 사유적이다.
‘도로’나 ‘거리’가 주는 어감과는 완전 다르다.
‘길’은 단순히 사람들이 밟고 지나 다니는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길이 없다” 거나 “내 갈 길을 가야겠다”라는 표현에서 보듯
길은 삶에서의 방법이거나 삶 그 자체이다. (인용한 글)
살아가는 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좋아하여 강의 때 자주 쓰는 시가 있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명시 ‘가지 않은 길’ 이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모든걸 바꿔놓았다.”
푸르스트는 선택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길이란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 존재하지만, 떠나기 위해서도 존재한다. 여행길 처럼.
‘길을 떠난다’ 는 말은 ‘길을 간다’ 라는 말보다 왠지 낭만적 이기도 하고 비장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다.
이 처럼 우리는 길 위에서 길을 물으며 순간순간 선택과 결정을 하며 살아가는 내 인생 '마이웨이'를 가는 존재, 그래서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가 가슴을 울리는 것이다.
2
오늘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살아 온 지난 날을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다.
사람들 생각이 어쩌면 그렇게 다를 수 있을 까?
힘들었던 순간 순간! 그래도 잘 버티며 헤쳐 나온 그 시간들을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생겼다.
공무원 연금공단에서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퇴직 예정자 교육이 수안보 상록호텔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나도 퇴직하기 전 이곳에서 들뜬 마음으로 교육을 받았었다. 그 때 꿈꾸었던 강사의 꿈을 이루게 되어 이번에 '사회공헌 첫걸음' 강의를 하게 되었다.
나는 강의에서 정년퇴임은 하지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기임을 알리며, 노후의 행복한 삶을 꿈꾸도록 동기유발 시켰다. 그리고 퇴직을 앞둔 선생님들의 노고를 치하해 드렸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도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을 회상해 보며 만감에 젖었다.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그래! 나도 하고 싶은 것을 즉시 해보자.'
여행길을 떠나자.
'어디로 갈 것인가?'
전에도 수 없이 아내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나도 어디로 발길을 내 딛을 지 모른다. 그래 부모님들이 그리워 하시던 북쪽으로 가보자. 대한민국의 최 북단 고성의 통일전망대를목적지로 잡고 아내에게 말하니 동감이다. 장인 장모님도 다 이북에서 피난 나오셨으니...!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집에서 출발해 고속도로를 이용할 계획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길을 떠났는데 용인 죽전 부근 고속도로를 타는 곳 부터 헤메다가 못타고 결국 경기도 광주를 지나게 되었다. 교감발령을 가평으로 나 이 길을 2년 반이나 다녔던 길이라 감회가 깊었다. 팔당대교 부근에서 미사리를 지나 양양 고속도로를 탔다. 경기도 가평 설악면을 지나면서 이 터널 공사 할때 혼자서 터널을 터덜 터덜 걸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아내에게 그 느낌을 전했다. 터널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도해 본것이다. 가는 길에는 터널이 많았지만, 양양고속도로 말미에는 11킬로미터나 되는 긴 터널이 있었다. 우리나라 토목건설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 보았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정에 쫓기지 않고 떠나니 마음이 편하다. '인생은 여행과 같다'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항상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강원도 고성 통일 전망대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 별장과 이기붕 별장 김일성 별장을 돌아보았다. 만감이 교차!
휴가철에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떠났기에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여 늦기전에 숙소를 정하려고 이곳 저곳 검색했는데 쉽지가 않았다. 속초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데 이곳은 모텔도 보이지 않는다.
무작정 손자가 좋아하는 노래 처럼 "앞으로 앞으로..."
길가에 빨간색 지붕이 예쁘다. 집 수리를 하는 지 마당에 공사차량이 보인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떠나게 되는지...)
길가 공터에 차를 세우고 마당으로 들어갔다. 방이 있다고 한다. 공사를 하고 있어서 인지 아내 마음에는 어수선 해 보였나 보다. 그 옆에 깨끗해 보이는 민박집이 있어 둘러보니 숙박비가 비싸 명함만 들고 나왔다. 몇 곳 둘러보고 정하기로 했다.
주변에 거진항이 있으니 생선회 생각이 났다. 회센터가 보이기에 차를세우니 오늘은 하필 쉬는 날이다. (참고로 수요일을 휴무). 숙박할 곳을 찾아 보았으나 여관들도 오래 되 낡아 보였다. 들어가 보지도 않고 아내가 빨강펜션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숙박하기로 정했다.
항구가 커서 다 둘러 볼 수는 없다. 옛날에는 명태가 많이 잡혔을 때는 항구가 번성했다고 한다. 마트도 있고 농협은행도 보인다. 아직 철이 이른 탓일까 여행객들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여행객들이 숙박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보였다.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빨강펜션으로 돌아오니 주인이 "이곳 저녁 노을이 아름다우니 일찍 저녁을 먹고 화진포를 산책하라"고 알려 주었다. 우리 저녁이 늦어 산책은 못해 아쉬워 했더니 주인 내외가 화진포 해수욕장까지 함께 안내해 주었다. 산책을 나서며 주인내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20일내지 두 달이라는 시한 부 판정을 받은 남편을 여주인의 간절함과 정성으로 살려내어 7년째 살고 있는 사랑 이야기에 매혹되어 밤 늦은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근간에 보기드문 감동의 '순애보'였다.
아내와 나는 다음 날 휴식도 취할 겸 따뜻한 부부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루 더 머물기로 작정했다.
세상사는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특별한 사랑이 있었다. 남편의 이야기는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700회를 비롯해 3차례나 소개 되었다고 한다. 우리도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점은 '세상엔 아직 착한 사람들도 더러 있구나!' 큰 욕심없이 살겠다고 하는 이들 부부에게서 나이많은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다음날 아침 비를 맞으며 아내와 나는 화진포 습지를 둘러보며 어젯 밤 가보았던 화진포 둘레길을 걸었다. 아내가 매운탕이 먹고 싶다고 해서 점심에 먹기로 했다. 지난 해 '노년의 인생'에 대한 강의 준비를 위해 자료를 찾느라 책도 읽고 훌륭하신 분들의 강의도 많이 들었다. 대부분 감사하는 생활과 무슨일이던 소일거리가 있어야하며, 현재를 즐기라라는 내용이었다.
내 강의 에서도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자족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것이 노년의 행복이다라고 했다. 아내와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걷고 있는 이 순간이 우리 인생의 가정 젊은 날이니 즐기자 남은 여생 서로 잘 위하며 살자고...'
집으로 돌아오니 주인내외가 전기 공사하는 분들에게 점심을 대접한다며, 우리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제의하신다. 주룩주룩 내리는 아침비가 마음마져 흡족하게 적셔 주었다.
점심에 돼지 갈비를 내오셨는데 어쩜 그리 큰지! 돼지인가 멧돼지인가 할 정도다. 그리고 얼마나 맛있게 구우셨는지.... 아내가 비법을 물으니 안가르쳐 준다고 하면서 웃는다. 오래 사귄 분들처럼...
점심을 마치고 주인이 귄해 준 대로 명파 해변 오토캠핑장으로 차를 몰았다. 문어가 많이 난다는 대진항이 있는 곳을 지나 통일 전망대로 향하는 길가에 오토캠핑장이 있다고 해 찾았다. 내 젊은 시절 변변한 장비 없이 서유럽을 한 달간 가족과 함께 오토 캠핑을 했던 나로서는 호기심이 났다. 명파해변은 고운 모래인데 해변은경사가 급하다. 해변을 맨 발로 걷는데 스피커에서 뭐라고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파도 소리에 묻힌다. 아마 더 이상 접근 금지 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명파해변은 오랫동안 군 부대가 철조망을 치고 있다가 재 작년부터 일부 분만 제거해 해수욕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 호기심이 만발.
오토캠핑장은 데크가 준비되어있었고, 화장실 및 취사할 수 있도록 식수대도 준비 된 아직 때 묻지 않은 깨끗한 곳이다. 아쉬운 것은 나무가 많지 않아 햇볕을 가릴 수 있는 그늘이 없다는 점이다.
돌아오는 길에 화진포 생태박물관에 들러 견학하고 어제 이승만 대통령 별장길을 지나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섰는데 결국 통일전망대 가는 길로 연결되 있었다.
여유를 가지고 어제 느끼지 못했던 감흥을 즐겼다. 어제 가보았던 아름다운 7번 국도가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거진항 회센터에 들렀다. 이곳에서는 광어와 도다리가 많았는데 싱싱해 보였다. 필요한 만큼 사면 한쪽에서 회를 떠 주는 곳이 따로 있다. 따로 수고료를 드려야 하는 점이 달랐다. 가격에 비해 싱싱하고 푸짐했다. 떠온 회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숙성시키면 더 맛있다 고 한다
저녁을 일찍 먹고 주인내외가 안내해 주는 대로 소나무 휴양림을 따라 올랐다. 정상인 응봉에 도착하니 화진포 전경이 눈앞에 훤하게 펼쳐졌다. 뒤로 맑고 푸른 숲이 인상적이다. 바람이 불면 얼마나 시원한지! 주인이 오늘은 바람이 적어 아쉽다고.... 그래도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회를 뜨면서 매운탕 거리를 싸주어 주인에게 드렸더니 다음 날 아침 맛있게 매운탕을 끓여 주셨다.
사진은 안주인아 즉석에서 만든 광어 초밥이다. 솜씨도 대단하지만 남에게 베푸는 인정에 그 맛을 더한다.
일반 여행에서는 갔다가 오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 여행은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좋은 주인내외의 따뜻한 대접을 기억하고 싶어 잊혀지기 전에 글로 남기고 있다.
아울러 겨울에도 찾아오면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안온한 분위기의 '빨강펜션'을 소개한다.
3
"지금까지 살아 본 경험으로 보면 인생길은 결국은 속도와 방향의 문제이다.
지름길로 가면 일찍 이루겠지만 그만큼 삶에서 누락되고 생략되는 게 많을 것이다.
에움길로 가면 늦지만 많이 볼 것이다."
나는 내 삶을 어떤 길을 걸었는가?
로버트 푸르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인생 이모작으로 정년 퇴직 후 남미 배낭여행도 하고 아프리카에 해외봉사를 다녀왔으니
그래도 해 보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아온 인생은 아니었을까?
그래도 아직도 해보지 못한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구나!
자족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어제 일기예보에서는 강원도에는 비가 올 확율이 적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예상 밖이다. 비가 쉽사리 멈출것 같지는 않다. 먼 이곳까지 왔으니 빗 길을 헤치고 천천히 설악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설악동으로 들어가는 차량은 나 혼자 뿐이다.
그래도 입구까지갔다가 차를 돌렸다. 이번 여행은 설악산 설악동에 가보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여기서 발길을 돌리자.
'하필이면 오늘 비가 그렇게 많이 오냐?'
우리의 삶은 해 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미련을 갖게 되며 순간 순간 선택하며 결정해야 하는 인생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