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거사의 여행기/여행자료

[스크랩] 일단 떠나기로 한 국내여행 일박 - 재충전, 짧게 떠나는 여행 예찬

백당 - 백세까지 당당하게! 2009. 5. 15. 11:50

       

 
떠나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이다.
조금씩 불어오는 봄바람에 마음이 부산스러워진 우리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일단 떠나기로 했다.
그래도 팔도강산 중에 가볼 곳이 많이 남았다.
 
 
상황 1 사방에 내 신경을 긁는 적이 수두룩하다.
다 때려치우고 이젠 진짜 사표 던지련다.
그런데 사표 내고 나면 뭐 먹고 살지? 일이고 뭐고 일단 조용한 데서 머리나 좀 식히고 싶다.

 

 


where to go 바다와 하늘 사이의 수평선, 강 너머의 대관령이 내다보이는 통유리, 책과 음악과 커피. 안목 바닷가의 파라솔 아래서 책을 읽으며 주인장이 손수 만든 간식 먹기.

강릉시 견소동 ‘THE 나겸’에 가면 이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있다. 해변가에 있는 이 별장 펜션의 6층은 총 다섯 코스로 이어지는 나겸 브런치와 로제 와인을 즐기는 ‘라운지 나겸’이고, 7층은 숙소이자 작업실로 쓰는 ‘별장 나겸’이다. ‘나겸스 패밀리’ 중의 한 사람인 선장님의 고기잡이 정도에 따라 손님들의 식단이 달라진다. ‘blog.naver.com/thenakyum’을 훑어본 뒤 THE 나겸과 코드가 통한다고 생각되면 갈 자격이 있다. 전화 대신 e-메일을 통해 매번 단 한 팀씩만 예약을 받는다.

엉켜버린 두뇌를 식히는 데는 청정 지역을 찾는 것도 좋은 처방이다. 음이온의 기를 받으러 지방으로 기꺼이 가실 분에겐 경북 울진의 통고산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 격인 불영계곡의 상류에 위치한 이곳은 태고의 신비를 비교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여름에 가면 시원하고, 10월엔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주변엔 국내에서 제일 큰 규모의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있다. 5백여 년이 넘은 천연수림의 소나무 터널을 통과할 땐 코와 머릿속까지 찌르는 피톤치드 냄새가 달려든다. 쌀쌀해지는 이때에 너무 오버해서 상쾌함을 느끼는 거 아닌가 싶다면 주변의 백암온천과 덕구온천에서 마무리할 것을 권한다.

고색창연한 산사는 종교를 불문하고 ‘그곳에 가면 쉼이 있다’는 로망을 품게 되는 곳이다. 경북 영주 부석사는 가을에 가야 제 맛이다. 관광객 많은 주말이라도 되면 사찰을 찾는 일이 상상했던 것만큼 경건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량수전 기둥에 기대 서서 석양을 보고 있을 때 은은하게 들려오는 법고 소리가 황홀한 이완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사과밭 길이 펼쳐지는 가을의 5번 국도를 따라 맛있는 묵밥으로 유명한 순흥, 휘감아 도는 강 가운데서 섬처럼 떠 있는 단아한 마을 수도리 등으로 코스를 넓혀도 좋다.

상황 2 오빠랑 여행 한번 가야지?
where to go 발라드 가수가 무대에 등장하면 분위기 조성용 연기가 연신 뿜어져 나온다. 이와는 비교도 안 되게 신비롭고 몽환적인 특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초겨울에 이를 무렵 물안개가 퍼지는 강과 호수다. 춘천 소양강, 강을 가로지르는 낮은 다리 ‘세월교’를 건너고 있으면 물안개가 그와 나의 몸을 감싼다(이 환상적인 분위기의 무대가 되는 세월교의 닉네임이 ‘콧구멍 다리’라는 사실을 먼저 아는 척할 필요는 없다). 김연숙이 부르는 ‘물안개’의 가사가 예고하듯 ‘하얗게 피어나는 물안개처럼 당신은 내 가슴속에 살며시 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세월교에서 춘천으로 가는 길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잣나무길’ 한번 걸어준 다음, 춘천 호반을 끼고 계속 드라이브를 이어가길.

갈대밭을 두고 ‘매가리 없는 풀들만 그득한데 뭐가 그렇게 감동적이냐’고 말하는 사람을 메말랐다고 뭐라 할 순 없다. 맞다. 몸을 숨겨야 한다거나 누군가와 손잡고 거닐기 위함이 아니라면 갈대밭은 그냥 노란 풀밭이다. 그러니까 연인과 손잡고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커플들에겐 갈대밭이 황금밭이라는 거다. 서천 신성리 갈대밭에 서면 일단 그 스케일에 압도된다. 곳곳에 서정주와 김소월의 시가 목판에 새겨져 있는 ‘갈대밭 워킹’은 너무 고전적이어서 오히려 아름답다. 이곳이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였다는 점을 상기하고 국가 안보나 남북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보면 한층 심도 깊은 감정 교류도 가능하다. 11월 중순은 이 주변에 철새 떼가 한창일 때다.

경북 봉화군 승부마을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오지다. 그러나 도심의 고층 빌딩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디너를 하던 데이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낭만이 있다. 영동선 타고 낙동강 풍경을 감상하며 승부역까지 가면, 이런 글귀가 적힌 바위를 만난다.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승부(承富), 즉 부자 마을이라 주민은 얼마 없는데도 넓은 밭을 소유한 곳이다. 밤이면 별을 헤아리면서 커플끼리 산골짜기 마을 전세 냈다 생각하고 ‘전원생활 놀이’ 즐겨보자는 거다. 정식으로 운영하는 민박집이 없고 미리 마을 주민에게 연락해야 한다(일단 승부역에 문의할 것. 054-673-0468). 이 마을까지 들어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철도청의 히트 상품인 ‘환상선 눈꽃열차’를 타고 잠시 이 마을을 지나가도 좋다.

상황 3 친구들은 월차와 연차를 모아 해외로 떠난다.
난 친구들이 싸이월드에 올리는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이번 주 금요일 밤에라도 어디로 확 떠나버릴까 보다, 집에서 되도록 멀리.

where to go 내가 사는 곳의 그림과는 확실히 다른 곳으로 가보자. 전남 순천 낙안읍성은 마치 재연 프로그램 속의 조선 시대로 거슬러 간 듯한 느낌이다. 넓은 평야에 세워진 성곽 안에 마을을 뒤덮은 초가 지붕이 보이고, 어깨 높이쯤 오는 나지막한 돌담길이 이어진다. 망치 소리를 따라 가보면 대장간이, 좀 더 가다 보면 천연 염색장이 있다. 한국민속촌이 옛 공간을 박제해놓은 듯하다면 이곳은 마을의 토박이들이 직접 삶을 일구어간다. 읍내 민박집(www.nagan.or.kr)에서 잘 수 있는데, 낙안읍성에 들른 뒤 순천만 쪽으로 이동하는 것도 좋다.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지인 이 지역엔 여수반도와 고흥반도가 만들어낸 자연 습지 대대포구, 40km에 이르는 갯벌과 갈대숲, 와온해변의 일몰이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에서 진도행 버스를 타고, 진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30여 분 거리.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안에 있는 조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섬이 새 떼처럼 오롱조롱 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발음에 유의해야 한다).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에 올라 날이 좋으면 제주도 한라산까지 내다볼 수 있다. 다도해 지역을 지나는 각종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조도 등대가 한 폭의 그림이다. 비수기면 하루에 배 한두 대 오가는 이곳에선 하루가 40시간 정도라 생각하고 모든 걸 느긋이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잠은 조도 내의 민박집이나 하조도 선착장 부근의 여관에서 해결하면 된다(문의 조도면사무소 061-540-3607).

상황 4 집에서 뒹굴고 음악 듣는 것만으로는 스트레스가 안 풀린다.
뭐 좀 없을까?
where to go 조용한 골짜기에 자리 잡은 사격장, 뭔가를 떠올리며 비장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주인공. 영화나 드라나 속의 얘기만은 아니다. 문경 클레이 사격장(054-552-6673)에서는 하루 종일 ‘총질’을 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 2만원 안쪽이면 수십 발은 쏠 수 있다. 오랜만에(?) 총을 계속 쐈더니 그날 밤 꿈속에서도 총을 쏘더라는 사람의 얘기가 그럴듯하게 들린다. 사격장 옆 휴양림에서 1박을 한 뒤, 폐선된 진남역으로 가서 낙동강 지류를 끼고 도는 철로 자전거를 타면 낭만도 있고 칼로리 소비도 꽤 된다. 새도 쉬어 넘고 간다는 험준한 문경새재인 만큼 트레킹할 곳도 많다.

패밀리 회원 입회비가 1억원인 대부도 승마랜드의 베르아델 승마 클럽에서는 비회원도 5만원에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다. 럭셔리한 혈통에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다는 말들의 프로필이야 말 전문가가 아니라면 관심 밖의 얘기다. 그저 ‘말 타고 달리는’ 이 비현실적일 것만 같은 일이 실현된다는 점에서 일단 황홀한 거다. 클럽을 벗어나 ‘외승’할 수 있는 야외잔디마장은 광활하다. 이 특별한 경험에 ‘필’ 받은 사람은 VIP 특별 레슨, 승마 아카데미 등으로 점점 레벨을 높여간다(참고 www.horseride.co.kr).

상황 5 왜 자꾸 몸이 근질거리지? 바람이나 쐬고 싶긴 한데,
너무 힘 빼기는 싫다.

where to go 이럴 땐 얘기만 많이 들어봐서 ‘뭐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가야지’ 했던 곳을 찾아가보는 것도 괜찮다. 몸이 초록을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모르니, 전남 보성 녹차밭으로. 이곳에서 녹차 아이스크림과 셰이크를 한번 맛보면 서울에서 같은 메뉴를 먹을 때 녹차의 출신성분을 따지게 된다. 18번 국도를 타고 보성읍에 들어가기 직전에 있는 율포해수욕장과 주변의 마을 풍경을 그냥 지나친다면 너무한 사람. 성수기에도 사람이 많지 않고 물도 맑은 편이다. 피로 회복에 탁월하다는 율포해수녹차탕에 몸을 푹 담그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전북 완주의 동상저수지, 대아저수지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호반도로로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이다. ‘관광지’ 아닌 ‘휴식이 있는 여행’을 하러 왔다고 생각하면 완주군 소양면 일대에 위봉폭포와 대아수목원 등 둘러볼 곳이 많다. 굽이굽이 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호젓하게 자리 잡고 있는 ‘오스 갤러리’가 눈에 띈다. 관장의 사택이었던 이 갤러리는 카페와 갤러리를 겸하고 있는데, 공간을 구경하는 것 자체만으로 흥미롭다. 잔잔한 호수가 앞에 바라보이는 야외 테라스의 뷰는 그 어떤 곳의 테라스 석보다 아름답지 않을까 한다. 어디를 가든, 일단 완주 시내에 들어서면 군청(063-240-4114)이나 관광 안내소에 들러 지도를 챙겨두는 것이 편하다. 순두부백반이나 산채비빔밥 등 이 지역의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도 구절양장의 길 어딘가에 숨어 있다.

 

 


그곳에 가면 추억이 있다
역마살 있는 그들에게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물어봤다.

안동 하회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마을까지만 보고 강 건너 절벽 위로는 잘 올라가지 않는다. 하회마을에서 나룻배를 타고 기암괴석의 부용대로 가면 서애 류성룡 선생이 공부한 정자가 있다. 서애 선생의 생가에 있는 주인에게 청해 대청마루에 올라가봤는데 거기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그림 같았다. 집의 기둥에선 아직도 소나무 향이 난다. ‘루엘’ 피처 에디터 류한원

계절 따라 거의 매해 둘러보는 곳이 있다. 봄엔 하동 섬진강, 가을엔 단양과 영주, 겨울엔 통영을 찾는 게 탁월한 선택이다. 20대 초반부터 여행을 다녔던 곳들인데 그 나이 땐 보고 또 봐도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사실 느끼질 못했다. 똑같은 풍경을 30대가 돼서 보니 느낌이 사뭇 다르다. 포토그래퍼 어상선

4년 전부터 겨울이면 무주 호텔 티롤을 찾는다. 친구들과 놀러 갔던 해에 옆방에 묵었던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겨울마다 기념하러 간다. 다 쓰러져가는 민박집에서 안 만난 게 다행이다. 평범한 회사원 L

배낭 하나 메고 서해안을 따라 20일 동안 무작정 떠돈 적이 있다. 히치하이킹을 하다 태워준 택시 기사가 인적 드문 산길로 들어가더니 ‘조폭’들의 소굴 같은 집에 내려주는 게 아닌가. 덩치 큰 남자들 사이에서 긴장하며 밤을 보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머리맡에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포토그래퍼 김제원

여행은 장소 자체보다 누구와 함께했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출발했던 안면도의 한 펜션. 서로 다 안다고 생각했던 10년 지기 친구들과 그때까지 말하지 못했던 새로운 얘기들을 나눴다. 그리고 동틀 때쯤 일렬로 바닷가에 서서 남은 맥주를 한 캔씩 들이켰다. 백수 청년 K

 

 

 

 

 

 
떠나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이다.
조금씩 불어오는 봄바람에 마음이 부산스러워진 우리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일단 떠나기로 했다.
 
 
평화로운 동네 고창에 가기 전에 허백련 선생의 그림이 있는 의재 미술관이나 들러볼 심산으로 무등산으로 향했다. 건축가 조성룡이 설계한 의재 미술관은 규모도 크고 현대적이다. 산수화 병풍처럼 무등산을 감싸고 있는 건축물은 그 자체를 감상하는 목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의재는 손수 무등산 기슭에서 차를 재배하고 ‘춘설차(春雪茶)’라는 이름을 지은 차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이런 데 살면서 차밭이나 가꾸고 그림이나 그리면 아무리 삐뚤어지려야 삐뚤어질 수 없겠다 싶었다. 미술관 뒤편으로 걸어 올라가면 의재가 아끼던 녹차밭, 춘설다원이 있다. 그림도 그렇고 차밭도 그렇고 너무 완벽하게 근사한 거 아니냐, 알고 보면 의재 선생이 ‘오빠 5만 평짜리 녹차밭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된장남 아니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막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한 다원에 한참 머물렀다. 광주에서 고창은 버스로 50분 거리다. 선운산 길목에서 파는 복분자즙을 빨아 먹으며 절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동백꽃으로 유명한 고창의 봄은 4월 초순에서 중순에 가장 좋단다. 그러나 막 동백꽃 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한 3월의 고창도 나쁘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절을 하기엔 불심이 부족하고, 사찰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박기엔 근성이 부족한 게으른 방문객도 군말 없이 품어주는 절의 공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 공기를 마음껏 즐기고 나서 선운사 뒷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만으로 고창에 온 이유가 충분해졌다. 그러나 고창까지 왔는데 장어와 복분자를 먹지 않을 수 없다. 고창에서 먹을 수 있는 풍천장어는 살이 도톰하게 올라 한입 가득 넣고 씹는 맛이 있다. 좋은 음식을 먹고 원기 충전한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선운산 밑에는 어울리지 않는 나이트클럽이 두 군데나 있다. 그 사이에 있는 동백호텔(063-562-1560)에 하루 묵어가기로 했다. 사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묵기에 썩 쾌적한 곳은 아니지만 고창에 와서 동백호텔에 묵는 것이 어쩐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달까.
다음 날 더듬더듬 찾아간 미당 시문학관은 마침 휴관이었다. 맥이 탁 풀려서 별 생각 없이 서정주 생가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그 옆집에서 누군가가 이리로 건너오라고 손짓을 했다. 고창에서는 이렇게 남의 집에 불쑥 들어가는 것이 예의인 걸까, 쭈뼛쭈뼛 마주 앉게 된 그분은 알고 보니 서정주 시인의 아우 서정태 선생이었다. 그날 아침 귀향했다는 그분은 서정주 시인의 연애편지부터 시작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덕분에 나는 즐거웠지만, 별세하신 그분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조금 의문이다. 어찌 됐든 서정태 선생은 이제 고향에 머물며 서정주 시인이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을 복구한 도서관과 손님이 묵어 갈 수 있는 별채를 마련할 생각이라고 했다. 고창에 갈 일이 있는 사람은 들러보면 좋겠다. 광주와 고창에 머무는 내내 맑았던 하늘이 서울로 돌아오려고 하자 점차 흐려졌다. 미당 시문학관 앞에 50분마다 한 번씩 오는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뛰어갔는데, 기사 아저씨는 출발 시간 10분 전의 평화로운 시간을 망쳤다고 투덜거렸다. 서울에선 나도 바쁜 사람이다, 항변하려다가 서울에 도착하기 10분 전까지는 평화롭기로 마음먹고 눈을 붙였다. Editor 김지선


하얀 백사장보다 바닷가 도시가 좋다 몇 년을 미뤄왔던 통영행을 선택한 건, ‘버스 타면 고작 네 시간’이라며 모 블로그에 떠 있는 사진 한 컷을 메신저로 보내온 친구 때문이었다. 흔히 ‘바다’ 하면 떠올리는 너른 백사장과 멀리 보이는 수평선 대신 마을 안으로 깊이 들어온 바다, 그리고 그 위에 작은 배들이 촘촘히 떠다니는 바닷가 마을. 여름이 아니고서야 인적 드문 바닷가 백사장에 앉아 이른 봄 칼바람을 맞고 있는 삼십 대 싱글 여자는 어쩐지 처량맞아 보인다. ‘생선회 한 접시에 만 원’을 외치고 있을 시장 바닥의 아주머니들과 작은 스쿠터를 몰며 깊게 팬 주름살 속에 웃음을 담고 있을 아저씨들의 삶의 활기가 내겐 훨씬 더 매력 있었다. 난 그렇게 주섬주섬 짐을 싸서 새벽 첫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사람도 택시도 없는 펜션 앞, 버스정류장에 당도하지도 않았는데 시내버스가 내 앞에 우뚝 섰다. “서호시장 가나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답게 아저씨는 고개만 끄덕였다. 큰 화물선들과 작은 통통배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나름대로 조화를 이룬 모습은 도시와 촌이 공존하는 통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서호시장, 여객선터미널, 중앙시장으로 이어지는 긴 장사 행렬은 그리 북적거리지도 그리 한산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나로서는 이름을 알 길이 없는 살아 있는 생선 세 마리를 큰 통에 넣어 2만원에 가져가라는 아주머니의 유혹에 넘어가고 싶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통영의 안내 지도에는 ‘동피랑 벽화길’이라는 것이 적혀 있다. 동네 입구부터 쇠락한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청소년 오락실’이라는 웃음을 자아내는 작은 가게는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였는데 서울의 가회동이나 삼청동 뒷길의 10년 전 모습 같았달까. 동피랑이 ‘동쪽의 벼랑’이라는 뜻이라니, 한마디로 이곳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산동네였다는 말씀. 전국의 미술학도와 화가들이 몰려들어 이 동네를 꾸미기 시작하면서 재개발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데, 이제는 통영시에서 후원하는 분위기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장소는 ‘동피랑 카페’. 작은 구멍가게임이 분명한 이곳의 입구에는 커피 5백원, 컵라면 1천원이라고 예쁘게 적혀 있었다. 동피랑 꼭대기에 오르면 통영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은 그 다음 날 한려수도가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만든 케이블카 속에서 느꼈던 광활한 자연에 대한 감정과는 다른 종류의 아련함이었다.
물론 동피랑 벽화 이외에도 서울 한강에서부터 바다를 통해 끌고 내려왔다는 거북선, 통영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남망산 조각공원, 중앙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펼쳐지는 쇼핑 거리, 무전동 시내 젊은이들이 모인다는 유흥가 모두 도시와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아차,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먹기 위해 이곳에 내려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호시장 근처에는 여전히 퍼덕이는 장어를 직접 구워 파는 ‘장어 잡는 날’, 복국 이외에 봄에는 꼭 먹어야 하는 도다리 쑥국으로도 유명한 ‘분소식당’이 나의 미각을 되살렸다. 무엇보다 한밤에는 친구와 함께 꼭 미수동으로 향해야 하는데 이곳에는 유명한 다찌집과 횟집이 자리하고 있다. 다찌집은 술값만 계산하면 술 양에 따라 끊임없이 안주가 나온다. 싱싱한 회는 물론, 아구수육, 꽃게, 스시 등이 한 상 벌어지게 나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울산다찌’와 ‘통영다찌’가 유명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울에 올라오기 직전 나는 ‘오미사 꿀빵’에 들러 꿀과 팥이 어우러진 통영의 독특한 간식거리까지 한 아름 사 들고 왔다. Editor 손혜영


완곡한 여행, 서산 속았다. 서산행을 결정한 건 순전히 동백꽃 때문이었단 말이다. “개화했습니다.” 망설임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수화기 너머 시청 공무원의 선언만 믿고 출발했는데 서산에 꽃은 없었다. 꽃구경 대신 뭘 할까. 어렸을 때는 늘 서해안보다 동해안 쪽으로 발길이 갔다. 파도가 출렁거리는 새파란 동해 바다에 비하면 화장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거무튀튀한 갯벌을 드러내는 서해 바다는 볼품없이 비릿하기만 했다. 하지만 지루하게 보였던 한국의 완만한 산세가 세상 어느 나라에도 없는 평화로운 풍경이라는 것도 나이 들어 알았다. 잔잔한 강물처럼 뭍을 끼고 펼쳐진 서해 바다 위로 떨어지는 착한 햇살에 이래저래 부대끼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이름에 홀려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개심사(開心寺)를 찾아 나섰다. 마음을 여는 절이라니. 깊은 불법으로 지은 사찰명을 두고 스님들 작명 센스는 정말 낭만적이에요, 하면 경을 치려나? 작지만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힌다는 개심사는 소담하고 정갈해서 서산과 그림처럼 합을 이룬다. 상왕산 자락의 개심사 초입의 고사리, 취나물 같은 말린 나물과 콩이며 팥 같은 잡곡을 비닐봉지에 담아 내놓고 파는 가게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무례한 서울 여자한테 주인 아줌마가 인심 좋게 한마디한다. “예쁘게 찍어줘.” 산길을 따라 좁다랗게 돌을 깔아 만든 계단을 한참 오르다 보면 절보다는 암자 같은 규모의 개심사가 나타난다. 손바닥만한 절 마당에 들어선 석탑은 들어선 모양새가 어찌나 음전한지 시집가도 되겠더라마는. 종무소로 쓰이는 ‘심검당’은 절집 건물인데도 단청을 올리지 않아 사가의 건물처럼 보였는데, 기둥과 서까래에 쓰인 소나무를 다듬지 않은 채 그대로 써서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법당 앞에서 아까 그 공무원이 말했던 개화의 예고편을 보기는 했다. 목련에는 꽃봉오리가 맺혀 있었고, 동백도 꽃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절 아래 직사각형 모양의 연못 앞에서 시작되는 계단 꼭대기 있는 커다란 겹벚꽃 나무에서는 아직 봄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꽃이 피면 스님들 수행이 깊어져야겠구나 싶은 고운 자태다. 계단을 차지하고 앉아 광합성하고 있는 고양이를 피해 절을 내려오니 배가 고팠다.
제철이라는 주꾸미도 먹고 싶었는데, 일정이 짧아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는 먹어볼 수 없다는 ‘게국지’로 마음을 정했다. 게국지는 게장 간장에 배추와 갖은 채소를 섞어 발효시킨 뒤 된장을 풀어 칼칼하게 끓여낸 찌개다. 바다 냄새가 나는 짭조름한 맛이 딱 해장용이다. 한서대 한방병원 근방의 삼미식당(041-667-8830) 주인 아줌마는 게국지는 서산에서 우리 집이 제일 유명하고, 나는 아주 깨끗하게 요리해서 푸짐하게 대접하는 사람이라고 자랑했더랬다. 서울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게국지로 더 유명한 집도 있었지만, 나는 삼미식당 아줌마의 자부심과 긍지에 한 표를 던진다. 서산에 갔다면 ‘박속 낙지탕’도 먹어볼 일이다. 하얀 박속을 듬성듬성 썰어 넣고 맑게 끓이는데, 삼미식당 대각선 건너편에 있는 낙지촌(041-665-0242)에 가면 뚜껑도 덮지 않은 채로 물이 펄펄 끓는 냄비 속에서 주인 아줌마의 집게와 사투를 벌이던 낙지가 장렬히 전사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보기는 민망해도 맛은 좋다.
잠자리는 그냥 그렇다. 괜찮은 펜션을 원한다면 태안 쪽으로 나가는 것이 낫고, 서산에서 잘 요량이라면 펜션보다는 허름한 민박 체험이 정답이다. 내가 택한 쪽은 펜션이었는데, 생각보다 별로 좋지 않아 소개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기상송’과 함께 동네 이장님이 뭔가를 안내하는 방송에 잠을 깬 게 토요일 아침 6시 50분이었다는 건 짚고 넘어가야겠다. 나는 이게 무슨 변인지 파악하자마자 눈곱도 못 떼고 한참을 데굴거리면서 웃었다. 올라오는 길에 부석사(아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부석사는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다)에 들렀다. 아침의 부석사에서는 서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하지만 어제의 개심사 나들이가 좋았던 탓에 절 구경은 슬렁슬렁 하고 다원에서 진국으로 끓여낸 쌍화차 한 잔을 마셨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불자들이 하나둘 탑 아래 늘어놓은 손가락 마디만한 동자승 인형들이 절의 주인처럼 보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눈을 거스르는 높은 산은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어지간히 밋밋한 여행이었다. 꽃이 피면 서산에 다시 가고 싶다. Editor 이지연


경주 양동마을 경주에서 나를 유혹하는 장소는 석굴암이 아니다. 보문관광단지의 호텔을 나서 다시 30여 분을 달려가야 하는 안강읍의 양동마을이다. 조선시대의 모습을 갖춘 옛 마을은 몇 곳 남아 있지만 양동마을은 그중 최고다. 어설픈 복원품이 아닌 정말 수백 년 된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오랜만에 나들이 간 양동마을에는 이제 파전을 파는 식당들이 생겨버렸다. 여행객을 위한 편의시설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던 10여 년 전을 생각하니 조금 아쉬웠지만, 마을의 전체 분위기를 흐릴 정도는 아니었다. 경주로 돌아오는 길에 감동적인 노을을 보기 위해 진평왕릉에 들렀다. 노을은 역시 감동적이었다. 이튿날은 하루 종일 호텔에서 잠을 잤다. 경주의 하늘 아래에서 긴 잠을 자니 기분이 좋았다. 오영욱(건축가)


남이섬 작년 봄, 우리는 갑자기 남이섬으로 떠났다. 5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배를 타고 들어가는 길에 마음이 슬그머니 두근거렸다. 가깝다면 가까운 춘천인데 서울에서의 분주한 삶은 쉽게 발길을 떼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분명히 맑은 4월의 하늘이었는데 사진 속의 내 추억들은 희뿌연 회색빛이다. 그렇게 시간과 기억이라는 건 오래되면 바래는 것 같다. 따뜻한 봄날 그리웠던 사람과 함께 남이섬의 기다란 숲길을 걸으며 흐려진 기억을 또렷하게 만들고 싶다. 로지(아트 디렉터)


섬진강 매화마을 지난봄 아주머니 전용 관광버스 타고 쌍계사 벚꽃놀이를 다녀왔다. 그때 나 홀로 남자인 버스 안에서 내년에는 매화가 피는 시기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벽밥 지어 먹고 섬진강 매화마을로 향했다. 매화마을 어귀는 이미 네 박자를 가르는 뽕짝으로 가득했다. 코를 찌를 정도로 강한 매화 향은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귀한 매화가 너무 많아 후각과 시각이 쉽게 무뎌지는 것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비로소 매화 향과 하얀 물결이 생생해진다. 멋진 장면은 늘 이런 식이다. 철저히 과거형이다. 밥장(일러스트레이터)




제주도 용눈이오름 일하는 것이 노는 것이고, 노는 것이 일하는 것이라는 예술가적 삶의 태도로 보았을 때 지난 1년간은 죽도록 놀기만 했던 시간이었다. 살고 있는 서울에서 제일 멀었으면 했던, 3일간의 휴가지는 제주도였다. 이틀간 맞은 비와 바람은 실컷 일할 수 있는 정신적 풍요를 주었다. 서울로 돌아와야 하는 날, 비와 바람이 멎은 제주의 용눈이오름에 올라 또 실컷 일을 했다. 이제 다시 일 년간 죽도록 놀아야 하는 삶이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한 3일의 가치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사진은 나의 친구 bini의 작품이다. 이상홍(아티스트)
 
일주일 이상을 여행지에서 보낸다고 해서 그 여행의 일정이 알차고 풍성하거나 여행의 만족도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여행지에서의 시간이 많지 않아서 더 꼼꼼히, 더 바지런히 돌아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짧은 여행을 통해 특별한 추억 만들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메종> 피플들이 전하는 짧게 떠나는 여행 예찬.
 
 
 
 

 

 

재충전을 위한 시간, 태안해안 신두사구 1박2일 아티스트 김보민
Who is he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개인 전시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팀인 소년팀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태안해안 신두사구로의 짧은 여행이 즐거운 이유 겨울 아침 햇빛 속에서 느끼는 차가운 바람과 같이 매년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시즌과 맞물린 화려하고 분주한 마음과 한 해를 뒤돌아보는 왠지 모를 스산한 마음이 섞인다. 이런 겨울, 태안해안의 신두리로 향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사람들 속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에 적당한 여행지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여행 중의 그 외로움에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해를 정리하기에 이곳만큼 좋은 곳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태안해안 신두사구에서의 1박2일 여정 고속도로를 벗어나 좁다란 마을 길과 해변 길을 지나면 신두사구에 도착한다. 태안해안 근처의 새로 지어진 펜션촌을 지나면 낡은 스낵버스를 기점으로 넓고 황량한 해안사구와 초원이 펼쳐지는데, 그곳에 위치한 표지판의 글로 해안사구에 대한 학술적 이해를 해보자. “태안해안 신두사구(泰安海岸 薪斗砂丘) 천연기념물 제431호 해안사구는 해류에 의하여 사빈으로 운반된 모래가 파랑에 의하여 밀려 올려지고, 그곳에서 탁월풍의 작용을 받아 모래가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된 지역이다. (중략) 신두리 해안사구는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로서 독특한 지형과 식생들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연분홍의 해당화 군락, 모래 언덕의 바람 자국 등 사막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경관적 가치와 조류의 산란 장소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해안의 퇴적지형으로 특징 지을 수 있으며 사구의 형성과 고환경을 밝히는 데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여름내 사람들이 다녀갔던 흔적들과 사구의 갈대가 어우러진 광경은 작은 사막과 거대한 오아시스를 연상시킨다 한없이 쓸쓸하면서도 아름답다. 사구를 지나 갈대들을 헤치고 나가면 모래사장과 서해바다가 펼쳐진다. 해변의 낡은 의자에 앉아서 커피 한잔과 담배 한 개비를 피우다 보면 어느새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석양의 바닷가는 서해안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밤이 되고 짙은 어둠 속에서 파도 소리와 갈대들 사이로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반짝이는 많은 별들을 보다가 그 안에 있는 나를 만난다.

태안해안 신두사구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신두사구는 사색을 위한 여행지로 적격이다. 주변의 태안해안이나 사람들이 많은 펜션촌을 다니며 하루를 신나게 보낼 수도 있지만 굳이 신두사구로 여행지를 택한 이들에게 그런 복잡함은 필요 없는 것 같다. 신두사구의 갈대밭이나 갈대밭을 지나 마주하는 해안가를 여유 있게 감상해보자. 폐차가 돼 덩그러니 놓여 있는 버스나 낡은 간판 등 시간을 역류할 수 없는 초연한 주변 풍광이 호젓하고 아름답다. 한편 여행 중 사색을 도울 책이나 조용한 음악을 골라서 가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How to get there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서산 IC로 나와 서산태안 방면 32번 국도를 탄다. 신두리 해수욕장을 찾으면 된다.


신두사구에서는 갈대가 사색의 도구가 된다


공룡이 서 있는 뜻밖의 풍경


여름내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쓸쓸한 바닷가


낡은 스낵버스가 왠지 정겹다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신두사구로 들어가는 입구
 
 
 

 

 

맛 따라 찾아가는 평창 봉평 2박3일 포토그래퍼 이은숙
Who is she ‘그루 비주얼’ 소속의 포토그래퍼. <메종>의 포토그래퍼이기도 한 그녀는 문화, 공간 등 다양한 촬영을 진행한다.


평창 봉평으로의 짧은 여행이 즐거운 이유 개인적으로 겨울을 좋아한다. 이유는 눈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얀 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랴마는…. 겨울 내내 눈을 볼 수 있는 곳이 강원도이고 또 겨울 스포츠(알파인 보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평창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이곳에는 숨어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바로 평창군의 봉평에는 한번 맛보면 자꾸 생각나는 맛집들이 많다는 것. 식도락가라면 굳이 평창까지 가지 않고 또 겨울 스포츠를 즐기지 않고 이 봉평에서 식도락 탐험을 하며 여행을 즐겨도 좋을 것이다.

평창 봉평에서의 2박3일 여정
여행 1일 봉평을 가기 위해서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면온 IC로 나가야 하지만 바로 전 IC인 둔내로 가는 길도 있다. 편한 고속도로를 두고 국도를 타는 이유는 태기산을 넘는 길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둔내 IC로 나가 둔내 읍내에 있는 둔내 막국수 한 그릇과 수육 한 접시로 허기진 배를 채운 후 봉평 방면 태기산 쪽으로 향한다. 태기산 정상에 차를 세운 후 맑고 차가운 공기와 설원의 풍경을 바라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설원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얀 화선지 위에 먹으로 칠해놓은 한 폭의 동양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심스레 산을 넘다 보면 오른쪽으로 휘닉스 파크 스키장이 보이고 조금 더 가다 보면 왼쪽에 ‘니코미코’라는 펜션 단지가 보인다. 거기에 짐을 풀고 언 몸을 녹인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근처 스키장으로 갈 준비를 한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면 봉평 읍내 구경을 가도 좋다. 만약 봉평장이 열리는 날이면 더없이 구경거리가 많을 것이다. 봉평장은 2일, 7일에 열리는 5일장이다. 저녁식사는 봉평읍에 있는 ‘곤드레 밥’을 먹는다. 곤드레라는 나물을 넣고 밥을 지어 각종 나물과 강된장을 넣고 비벼 먹거나, 따로 먹어도 되는 완전히 몸에 좋은 웰빙 음식이다. 엄나무 백숙과 묵은지 목살 전골은 그야말로 시골의 맛이 느껴진다.
여행 2일 근처 스키장으로 향해도 되지만, 주변 여행을 하고 싶다면 이효석문학관과 평창 무이예술관을 추천한다. 아름다운 외관으로도 유명한 이효석문학관은 문학 정원, 오솔길이 있어 산책하기에 좋으며, 메밀 가공 과정과 다양한 메밀 음식이 소개되어 있는 메밀전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점심식사는 돌아다니느라 언 몸을 녹이기에 좋은 늘봄 먹을거리의 할머니표 뜨거운 손칼국수와 메밀싹 비빔밥이 좋을 듯하다.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의 손맛과 정갈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오후 일정은 평창 무이예술관을 방문해 미술품 관람을 한다. 이곳은 폐교를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활용하는 곳이다. 겨울의 강원도는 밤이 빨리 찾아온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응당 배고파지게 마련. 맛있는 저녁으로는 송어회를 추천한다. 근처에 송어횟집이 많이 있지만 20분 거리에 있는 속사의 운두령으로 가는 이유는 기와집과 넓은 마당, 뜨끈한 방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 3일 여유롭게 일어나서 펜션 주위를 산책하고, 느긋하게 집으로 갈 준비를 한다. 주말에는 낮 12시부터 고속도로가 정체되기 때문에 조금 서둘러 출발하거나, 아니면 고속도로가 막힌다 싶으면 횡성 톨게이트로 빠져나가 횡성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다가 여유 있게 가는 방법도 있다.

평창 봉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즐거움! 봉평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진 몸을 따뜻한 온돌방에 녹이면서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면 몸이 노곤해진다. 배가 너무 불러 고민이라면 근처 방아다리 약수터에서 탄산 약수 한 모금 마시면 소화를 도울 것이다. 매표소에서 약수터까지 이어지는 약 300m의 전나무 숲길은 오염되지 않은 숲의 냄새가 좋아 삼림욕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사실 이 약수터로 향하는 길은 탄산 약수를 마시기 위함보다는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How to get there 서울에서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강릉 방향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탄다. 둔내 IC에서 내려서 우회전, 봉평 방면 태기산을 넘으면 된다. 눈이 많이 내려 미끄러운 길이 걱정된다면, 둔내 다음 톨게이트인 면온 IC로 나와 휘닉스 파크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태기산의 설원은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린다


아름다운 태기산


봉평장터의 재미난 풍경


<왼쪽> 곤드레 밥
<오른쪽> 기와집과 넓은 마당 뜨끈한 방이 있는 운두령

출처 : 희망교육사랑 방
글쓴이 : 반달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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