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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재학교 소개(동아사이언스에서)

부산 서울 경기 과학영재학교 3파전 본격 개막

무학년제 학점선이수제 운영…졸업생 대다수 국내외 명문대 진학

2009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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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학년도 신입생을 뽑는 과학영재학교 입시가 지난 달 28일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3개월 동안 진행된다. 경기과학고가 내년부터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됨에 따라 한국과학영재학교, 서울과학고와 함께 첫 ‘입시 3파전’이 펼쳐지게 된다. 이번 입시에서 세 학교가 뽑는 모집정원은 모두 384명에 이른다.



과학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아 교육과정, 교원구성, 신입생 선발방법 등에서 기존 과학고에 비해 큰 폭의 자율권을 보장받는다.

영재교육진흥법 적용…SCI급 국제학술지에 논문 투고 등장

과학영재학교는 초중등교육법을 따르는 과학고와 달리 ‘영재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고교 과정 영재교육기관이다. 교육과정, 교원구성, 신입생 선발방법 등에서 과학고에 비해 큰 폭의 자율권을 보장받는다.

과학고는 소재지 시도 교육감에게 설립·인가권이 있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한 국가교육과정(7차교육과정)을 따라야 한다. 교과서도 국정, 검·인정을 쓴다. 교원도 시도 교육청 소속 교사만으로 구성된다. 반면 과학영재학교는 교과부에 설립·인가권이 있고, 교육과정은 학교 스스로 결정해 운영할 수 있다. 또 교사 자격증 소지 여부와 무관하게 대학교수나 특정 분야 전문가가 교단에 설 수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KAIST 교수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과학고의 경우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에 필요한 예산(5년간 총 350억원) 전액을 지원 받는다. 경기과학고 역시 경기도와 경기교육청, 수원시로부터 매년 14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올해부터 매년 170억원 규모의 예산 모두를 ‘국고’에서 지원받게 됐다. 교과부 예산을 지원받아 온 KAIST 소속 과학영재학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국고에서 70억, 부산시교육청에서 7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이들 학교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무학년 졸업학점제, 대학과목선이수제(AP), 연구교육프로그램(R&E) 등의 제도가 그것이다. 무학년 졸업학점제는 학년 구분 없이 일정 이상의 학점을 이수해야만 졸업이 인정되는 제도다. AP는 재학 중 본인의 희망에 따라 대학 수준의 교육과정을 미리 이수해 학점을 따면 대학 진학 후에도 학점을 계속 인정받는 제도다. 만일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이 AP 과목 학점인증을 체결한 KAIST에 진학할 경우 고교 때 취득했던 학점을 그대로 인정받게 돼 대학 조기 졸업이 가능해진다.

R&E는 교사 혹은 대학교수가 운영하는 연구팀에 소속돼 특정 주제에 대해 1년 동안 연구한 뒤 논문으로 발표하는 제도. 일부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얻은 연구결과로 박사급 학자들도 쉽지 않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싣기도 한다. 올 2월에는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정찬우 유진선 김경연 학생이, 지난해 8월과 12월에는 송영훈 군과 이신화 양이 각각 SCI급 학술지에 제1저자로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서울과학고의 김승찬 군도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지도를 받아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신경과학 연구방법 저널’에 제1저자로 논문을 발표했다.

전국 단위 신입생 선발…한국과학영재학교, 올림피아드 반영 안해

과학영재학교 입시는 ‘전국 단위 선발’ ‘중1도 지원가능’ ‘다단계 전형’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과학고는 학교 소재지 시도 학생을 대상으로 뽑고 선발 방법도 교육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면, 과학영재학교는 전국 중학생을 대상으로 자율적으로 마련한 전형으로 선발한다. 이에 따라 경기과학고는 올해부터 경기도에서 전국으로 모집단위가 확대된다. 또 중학교 재학생은 물론 검정고시 합격자, 고교 재학생도 지원 가능하다. 지난해 과학영재학교 입시에 합격한 중1·중2 학생은 한국과학영재학교가 23명, 서울과학고가 15명에 이른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3단계, 서울과학고와 경기과학고는 4단계 전형을 거쳐 선발한다. 1단계 서류전형까지는 세 학교가 일정이 달라 중복지원이 가능하지만, 2단계 전형부터는 응시일이 겹쳐 반드시 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 서류전형에서는 보통 내신, 수상실적, 자기소개서, 추천서 중심으로 평가한다. 수상실적 중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수상 경력은 지난해 입시까지 영재성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로 비중이 큰 편이다.

하지만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이번 입시부터 올림피아드 등 각종 경시대회 성적을 반영하지 않기로 해 올림피아드 수상실적이 있어도 가산점이 부여되지 않고 참고자료로도 활용되지 않는다. 경시대회 준비를 위한 사교육이 과열됐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서울과학고와 경기과학고는 참고자료 중 하나로 올림피아드 성적을 계속 활용할 방침이다.

한국과학영재학교, KAIST 부설로 새 출발…수능 응시 안 해도 진학 가능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에 위치한 한국과학영재학교는 2003년 국내 첫 고교과정 영재학교로 개교했다. 올해는 부산시교육청 소속에서 KAIST 소속 부설학교로 전환돼 KAIST의 첨단연구시설과 교수진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에 위치한 한국과학영재학교는 2003년 국내 첫 고교과정 영재학교로 개교했다. 매해 144명의 신입생이 입학하며, 학급당 인원수는 9명, 교사 1인당 학생수는 6명에 불과하다. 올해는 KAIST에 과학영재학교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부산시교육청 소속에서 KAIST 소속 부설학교로 전환됐다. KAIST의 첨단연구시설과 교수진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교원 72명, 직원 69명에 대한 평가제를 전국 고교 중 최초로 올해부터 도입했다. 평가결과에 따라 성과급의 차이를 두고, 재임용 심사에도 반영하게 된다. 교사 72명 중 39명은 해당 과목 박사학위 소지자이며, 2학년부터 수강하는 심화전문과목은 KAIST 교수도 함께 수업에 참여한다. 3학년이 되면 KAIST 지도교수를 직접 선택해 특정 연구를 수행하는 ‘KAIST HRP’ 제도도 운영한다. 올해는 국제화에 특히 힘을 쏟는다. 수학·과학·영어 수업을 모두 영어로 진행하고, 점차 모든 과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올해 안에 14명의 외국인 교사를 영입하고, 정원 외로 외국인 학생 18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졸업생들은 대부분 국내외 명문대로 진학한다. 올해 졸업생 136명(조기졸업생 포함) 중 KAIST에 91명, 서울대에 20명, 포스텍에 6명이 합격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코넬대, 영국 옥스퍼드대 등 해외 명문대에도 15명이 진학했다. 지난해에도 졸업생 15명이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해외 명문대에 합격한 바 있다.

이 학교 학생들에게 내신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지난해 졸업생 중 단 1명도 수능에 응시하지 않았다. KAIST(100명 내외), 포스텍, 울산과기대 등과 입학에 관한 협약을 맺어 무시험전형으로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진학할 때는 보통 서류와 면접, 구술만으로 합격자를 가리는 수시2차 자연계 특기자전형을 통해 입학한다. 내신과 수능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에 더욱 매진할 수 있다. 기숙사는 무료이며, 등록금은 공립 고교 수준인 분기당 40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학생 대부분이 장학금을 받기 때문에 학비도 사실상 무료다.

서울과학고, 국내 최다 서울대 진학·올림피아드 수상…영어교육 강화



올 3월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된 서울과학고. 1989년 개교 이후 졸업생 진학현황에 따르면 47%가 서울대에, 30%가 KAIST에 합격했다. 또 지난해까지 국제 수학과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한 한국대표 중 43.1%, 수상자의 44%가 이 학교 출신이다.

1989년에 개교한 서울과학고는 올 3월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됐다. 하지만 학교 명칭은 서울과학고로 계속 쓰기로 했다. ‘영재학교’라는 이름이 다른 과학고와의 관계에서 서열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3년간 총 170학점을 취득해야 졸업이 가능하며 학급당 인원수는 15명이다.

서울대 진학률과 올림피아드 수상자 배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2811명 졸업생 가운데 47%가 서울대에, 30%가 KAIST에 진학했다. 올해 서울대 입시에서는 전국 고교 중 가장 많은 94명의 최초 합격생을 배출했다. 지난 10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서울예고(90명)를 처음 누른 것이다.

2005년 이후 3년간 국내 수학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는 417명으로 전국 과학고에서 가장 많은 입상자를 배출했다. 지난해까지 국제 수학과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한 한국대표 중 43.1%, 수상자의 44%가 서울과학고 출신이다. 4월 말 발표된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6명)에서도 이 학교 재학생 4명이 포함됐다.

영어교육 강화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올해 입학한 학생부터는 토플 토익 텝스 등의 공인영어시험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졸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영어 교재 활용을 확대하고, 수학 과학 등 전문교과 수업 중 일부는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경기과학고, 과학기술계 광범위한 인맥 자랑…첨단 과학연구센터 건립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과학고는 1983년 개교한 국내 최초의 과학고다. 올해는 360억원을 들여 8층 규모의 과학연구센터를 건립하고, 개인별 맞춤식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제학술센터를 개설한다. 전체 교원의 30% 이상을 박사급으로 충원할 계획이다. 사진제공 경기과학고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과학고는 1983년 국내 최초의 과학고로 개교했다. 지난 26년간 283명의 박사를 배출할 만큼 80년대 이후 국내 과학영재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해 이 학교 졸업생들은 정부, 정부출연연구소, 대기업 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26세에 교수로 임용된 백진호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27세로 국내 최연소 대학교수로 임용된 윤석호 성균관대 교수, ‘과학콘서트’의 저자로 유명한 정재승 KAIST 교수 등 50여명의 졸업생이 국내외 대학에서 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 학교는 이처럼 광범위한 과학기술계 인맥을 적극 활용해 졸업생과 재학생을 1대1로 이어주는 ‘맨토-맨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되기 전인 올해는 360억원을 들여 8층 규모의 과학연구센터를 건립하고, 각종 첨단 기자재를 도입해 수준 높은 R&E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또 개인별 맞춤식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제학술센터를 개설하고, 전체 교원의 30% 이상을 박사급으로 충원할 예정이다. 대학 교수가 가르치는 다양한 주제의 특강 과목도 개설해 심화학습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3년간 총 174학점 이수, 이 중 35학점은 연구활동 관련 학점으로 채우는 등의 교과과정을 마련중이다.

과제연구, R&E, 교내 과학탐구발표대회, 조기졸업논문인증제 등 다양한 연구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해 일부 재학생은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한다. 최근 3년간 국제 학술지에 2편, 국내 학술지에는 12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국제 수학과학올림피아드에서는 최근 3년간 금메달 8개 등 모두 21개의 메달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대입에서는 서울대에 25명, KAIST에 42명이 진학했고, 영국 맨체스터대, 일본공대 등 해외 명문대에도 1명씩 합격했다.




입학생 10명 중 7~8명, 올림피아드 수상경력·수도권 출신…최근 남학생 초강세

입학생 분포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올림피아드 수상자 대거 입학, 수도권 출신 강세, 남초 현상 등으로 요약된다. 올해 입학생 가운데 수학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는 한국과학영재학교가 99명(68.8%), 서울과학고가 98명(81.7%)에 이른다. 특히 한국과학영재학교 72명(50%), 서울과학고 88명(73.3%)은 수학올림피아드 수상자 출신으로, 수학 과목에 강한 학생이 많이 입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의 지역 분포를 보면 서울 110명(42%), 경기·인천 85명(32%)으로 10명 중 7명은 수도권에서 배출됐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144명 중 85명이, 서울과학고는 120명 중 110명이 수도권 출신이다. 서울지역 합격생 110명 가운데 28명은 강남구, 19명은 노원구, 17명은 양천구 출신으로 서울시내 25개 구에서 이들 세 자치구가 절반 이상을 배출하는 편중 현상을 보였다.

입학생의 남녀 비율은 더욱 쏠림 현상을 보인다. 올해 한국과학영재학교의 144명 입학생 중 남학생은 134명인 반면 여학생은 10명이 차지했다. 여학생 합격자 수는 개교 당시인 2003년 30명으로 최고치를 이루다가 2005년 29명, 2006년 17명, 2007년 14명, 2008년 9명으로 급격한 감소 추세에 있다. 여학생 지원자가 최종 합격한 비율도 2003년 10.1%에서 2009년 2.2%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남학생 초강세는 서울과학고에서도 드러났다. 서울과학고의 올해 입학생 120명 중 여학생은 단 4명뿐이다. 영재학교로 바뀌기 전인 지난해 입학생 156명 중 여학생이 31명(20%)인 것과 비교하면 급격하게 줄었다. 성별 지원자 대비 합격률도 남학생(6.9%)이 여학생(1.1%)보다 6배나 높았다. 최근 이같은 흐름으로 두 학교 재학생 중 남학생은 826명(88.6%), 여학생 106명(11.4%)으로 남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영재학교 입시에서 벌어지는 남학생 초강세의 원인은 전문가들도 뚜렷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지난해 입시전형 단계 중 ‘서술형’ 시험 단계에서 남녀간의 합격률 차이가 3배 가까이 벌어졌다는 통계를 근거로 여학생이 수학 과학 서술형 시험에 약하지 않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