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관리자 코너/교육정보

[스크랩] 떠난 후가 아름다운 리더

 
총론 
 

 

일본에는 2~3백년 간 여러 대에 걸쳐 음식이나 과자 등을 만드는 일을 가업으로 삼으며 이어오고 있는 집들이 많다. 물론 그 맛과 솜씨의 비결은 집안의 가보와 같아서 남에게는 절대 알려주지 않고 오로지 혈통이나 도제관계에 의해서만 전수된다. 이처럼 철저한 후계자 양성을 통해 조직의 지속성장을 꾀했던 승계 사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찾아 볼 수 있다.


승계란 다른 사람의 권리나 의무를 이어받는 일을 말한다. 과거에는 상속이나 양도처럼 남의 권리를 얻는 것을 의미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승계는 단순히 신분, 직위, 업무, 재산 따위를 대를 이어 물려주거나 받는 일종의 세습과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현대사회에서의 승계는 세습을 뛰어 넘어 조직의 지속성장을 꾀하는 당연한 의무이자 조직행동으로 보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濟)나라의 사상가인 관중(管仲)은 “일년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만한 것이 없고, 십년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만한 것이 없으며, 평생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것 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관중의 말처럼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영속적으로 생존하고 발전하는 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가장 중요한 대업 중 하나다. 특히 조직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함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집중해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리더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이다. 흔히 CEO와 리더라고 하면 기업과 조직의 지속성장을 위해 성과를 창출하고 행복한 조직을 만들며, 사회행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퇴임직후까지 자신의 역할을 대신수행하고 나아가 더욱 훌륭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이 리더 혹은 팀장의 최종 임무다.


이러한 고민은 요즘처럼 인사조정기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더욱 심해진다. 리더가 누구인지, 팀장이 누구인지에 따라 조직의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인사철이 되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인재가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는지, 팀장과 리더로서 맡은 부서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할 지에 대한 문제다. 특히 리더십 승계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조직에서의 고민은 보다 심각할 수도 있다. 기업은 왜 이런 고민을 거듭하는 것일까? 그 핵심에는 바로 리더와 팔로어(Follower)간의 리더십 갭(Gap)에 있다. 리더가 차세대 리더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은 지금까지의 리더십을 계승·발전시키고, 리더십 갭을 줄여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십 갭을 줄여야

리더십 승계 문제에서 리더십 갭을 언급하는 이유는 우선 리더와 후계자는 바라보는 지향점이 다르다. 차세대 리더가 될 인재는 리더보다 한 발 아래에서 위를 응시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리더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의중을 파악하려 하지만 실제 리더의 생각을 모두 파악하지 못한다. 또한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함에 있어 앞장서는 리더와 행동으로 뒤따르고 또 자신을 따르는 이를 살펴야 하는 이의 입장은 다르다. 그래서 리더가 바라보는 것을 제한된 수준에서 인식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조직 운영에서의 경험부족으로 나타나는 자신감의 차이도 리더십 갭의 요인이다. 실제 많은 기업에서 CEO의 생각과 비전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인재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리더의 부재로 조직이 서서히 쇠락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곤 한다. 특히 긴박한 상황에서 리더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던 조직에서는 자신의 책임하에 내릴 수 있는 결정조차 보류하기도 한다. 늘 최종 의사결정에서 한 발 아래에서 지켜만 보았기에 조직 운영의 자신감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의식의 규모와 실현을 위한 수행노력에서도 차이가 있다. 대부분은 시키는 일에 몰두할 뿐, 조직의 문제점을 자신의 문제로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때 리더십을 승계했을 때는 조직은 스스로 살아남기 어렵다.


이러한 리더십 갭을 극복했을 경우 비로소 차세대 리더는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즉 리더십 승계는 지금까지 자신이 바라봤던 관점에서 벗어나고 리더십을 발휘함에 조직구성원과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며 의사결정에 망설임이 없어 혼란을 최소화하고 보다 나은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를 양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리더십 승계와 갭이 리더와 후계자간뿐만 아니라 부서장과 팀장, 팀장과 팀원간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즉 리더십 승계는 비단 CEO, 최고위 리더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부서 및 팀을 관리하는 모든 관리자급 리더까지 개념을 확대해 생각해야 한다.


조직문화에 맞는 리더십 양성

후보자 선발을 위한 신중한 절차와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선발된 후계자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가’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을 갖췄어도 실제 경영현장 속에서 후계자들이 일과 함께 성장하는 육성 메커니즘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 허사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후계자 육성 제도 면면에, 그리고 일상 속에 후계자 육성 활동의 메커니즘이 체질화돼야 한다.


LG전자의 경우, 조직원 역량을 강화해 직급별로 탄탄한 인재 풀(Pool)을 구축해 놓고 있다. 이 틀 속에서 LG전자는 계층별로 우수한 인재를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육성해 차세대 리더를 확보·선발한다는 HRSP(Human Resource Strategic Proces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HRSP는 총 4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30대 중반 직원들 중 ‘Young HPI(High Potential Individual)’라고 불리는 인재를 선발한다. Young HPI로 선발된 후보자들은 일에 대한 가치관과 리더로서의 기본자질을 평가 받게 된다. Young HPI에 속한 8백여 명의 조직원들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에 이르면, ‘Leader HPI’를 선발한다. Leader HPI는 경영자로서의 잠재능력과 시련에 대한 성과에 대해 철저한 평가를 받으며 리더십을 직접 실천에 옮기는 육성 프로세스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육성된 Leader HPI가 40대 후반에 이르면 ‘CEO 후계자 풀(Pool)’을 구성하게 되며 이들이 50대에 이르면 CEO로 선발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CEO 후계자 풀 단계에서는 CEO로서의 잠재능력과 시련을 어떻게 이겨내는가에 대한 성과를 평가 받게 되고, 경영자로서의 경험 기회를 부여하고 뛰어난 부문에 대해서는 더 큰 시련을 부여해 향후 CEO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육성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인재선발에서 주목할 부분은 능력보다는 태도와 품성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LG전자는 흔히 말하는 ‘Best People’보다는 ‘Right People’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LG라는 기업이 지닌 특유의 조직문화와도 연계돼 있다. LG전자는 능력에 앞서 인간의 품성과 태도를 가진 인재를 선발해 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핵심전략 툴로써 HRSP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승계의 핵심은 ‘리더십의 지속성’

리더는 향후 3세대 리더까지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즉 본인의 후계자는 물론 그 후계자의 후계자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이는 곧 리더십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의미한다. 리더십의 지속성은 기업의 연속성이 유지되기 위한 바탕이 된다.


수력터빈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포이트(Voit)의 CEO 헤르무트 코르만은 “앞으로 100년 동안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기업의 전략이 오랫동안 유지되려면 전략을 수행하는 자가 변하지 않아야 하고 이들이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환상적인’ 기업 또는 성공을 거둔 기업의 사장 재임기간은 평균 17.4년이라고 언급했다. 즉 한 CEO가 자신의 리더십에 지속성을 지니며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을 성장시켰다는 말이다.

 


리더십의 지속성은 조직의 탄탄한 구조, 변하지 않는 가치들과 연결돼 있다. 즉 리더십의 지속성은 기업의 성장과 직결되는 문제인 셈이다. 불의의 사고나 재임기간 만료 이후에도 기업은 탄탄한 조직, 변치 않는 가치에 대해 일관성을 요구한다. 너무나 유명한 맥도널드의 사례를 잠깐 보자. 맥도널드의 짐 칸탈루포 회장이 2004년 급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손 쓸 틈도 없이 사망하자, 이사회는 단 2시간 만에 찰리 벨을 새로운 경영자로 선임하고 리더십의 혼란 없이 상황을 수습했다.
김동철 휴잇코리아 상무는 맥도널드의 사례가 3가지 의미를 던져준다고 말한다. 첫째, 성공하는 기업들은 CEO의 부재를 대비해 승계 시스템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점, 둘째, 어린 나이에 맥도널드 호주 시드니 킹스퍼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소년이 29세에 호주 맥도널드 사장을 지내고, 후에 CEO까지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 직원들에게 보여준 점, 마지막으로 가급적 일선에서 최고위층까지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재를 장기적으로 육성해 CEO로 선임했다는 사실이다.


조직에서 리더의 부재는 곧 리더십 부재이며 이는 조직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이 혼란을 리더십 승계로 잘 극복한 기업이 바로 맥도널드다. 맥도널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조직원에게 동기부여까지 했다.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 세계인적자원협회(Global Human Resources)의 밥 조이(Bob Joy) 부회장은 “미리 후보자를 선정해 두는 것은 이들이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경험과 지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인재를 미리 선발하고 추후에 필요한 리더십을 양성하는 것이 리더십 승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밥 조이는 “고리타분하지만 후보자를 미래의 훌륭한 리더로 만들려면 무엇보다 다양한 업무를 맡겨 시야를 넓혀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그는 “실전적 운영 능력을 높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는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때문에 실제 기업을 운영하며 전략을 세우고, 세부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돌발 요소들을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즉, 실전 운영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리더 고유의 브랜드 만들기

미시간대학 경영대학원의 데이브 울리치 교수는 “우리는 리더십이라는 ‘성배(聖杯)’를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조직이 리더 육성을 위한 이 같은 투자에서 간과하고 있는 게 있으며, 리더십 개발에서 보다 높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후계자로 하여금 고유의 리더십 브랜드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계자의 리더십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리더는 차세대 리더로 하여금 실적을 달성하고 명성을 얻도록 해야 하는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어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 후계자가 지닌 자질과 조직이 목표로 하는 결과가 일치하는지, 브랜드화할 리더십에서 생성되는 고유한 리더십 문화가 조직이 추구하는 전략과 결합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경쟁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까지 꼼꼼히 살펴볼 문제다.


이러한 면까지 고민한 리더는 자신이 그 동안 지켜왔던 자리를 물려줄 때야 말로 진정한 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조직의 자신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현 리더와 앞으로의 리더의 리더십이 지향하는 최종점이 같다는 사실에 조직원들은 활기와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리더 역시 우리가 핵심 인재 혹은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는데 현 리더의 업적처럼 고유의 브랜드를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확신에 분명한 지지자로 탈바꿈할 것이다.

 

------------------------------------------------------------------------------------------------------------

 

 
위임형 
 

 

내일 당장 리더의 역할을 맡아도 충분할 만큼 강인한 후임자를 양성하기 위한 방법론 중에 하나가 바로 위임, 즉 임파워먼트(Empowerment)다. 존 맥스웰의 《리더십 21가지 법칙》을 보면, 임파워먼트의 법칙(The Law of Empowerment)에 대해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리더만이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적절한 권한과 책임의 위임을 통해 새 리더를 기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막상 찾아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남을 잘 믿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기 때문.


리더가 조직 내에서 위임을 발휘하지 못하는 장애물들은 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자기 자리를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경우다. 위임을 가로 막는 첫 번째 적이다. 맥스웰에 따르면, 자신을 조직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을 없어도 되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둘째, 변화에 대한 저항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는 조직이 전진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다. 셋째, 자아존중감의 결여. 앞서 언급했듯,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있는 사람이 위임을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차기 리더 양성의 방법론으로 위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위임의 여부가 향후 성장의 크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위임 없이 단순히 추종자만 양성하는 리더는 한 번에 한 사람씩 덧셈을 하는 방식으로밖에 조직을 성장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리더를 양성하는 리더는 승수(乘數)적으로, 즉 곱셈을 하듯 조직을 성장시키게 되는데 이는 리더를 양성하면 그 리더를 따르는 다른 리더나 추종자를 한 번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종자를 양성하는 리더와 리더를 양성하는 리더의 차이는 좌측의 표와 같다.

완벽한 위임, ‘부재 경영’

국내 CEO 중에 ‘위임형 승계’를 실천한 이로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이 손꼽힌다. 수 차례 개인전과 단체전을 여는 등 화가로도 유명한 강 전 회장은 여름철만 되면 해외로 그림을 그리러 가기 위해 한 달간 휴가를 낸다. 대개 그림을 그리는 곳이 티베트나 러시아, 중앙아시아이기에 강 회장이 해외로 떠나면 한 달 동안은 완벽한 연락 두절 상태가 된다.


“휴가를 갈 때면 저는 후계자에게 CEO의 역할을 위임하고 떠나요. 인사 권한만 빼고 모든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위임합니다. 제가 권한을 위임했다는 것을 문서로 써서 한국과 미국에 모두 알리고 떠납니다. 한 달 뒤, 제가 돌아오면 대부분은 제가 있을 때보다 더 잘해 놓습니다. 제가 한 달씩 사라지는 것에 대해 잭 웰치가 물었을 때, ‘권한 위임을 통해 리더를 키우는 중이다’라고 대답했더니 그는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이 방법을 ‘부재 경영(Absence Management)’이라고 이름 붙이더군요.”

 


 

강 전 회장은 장기휴가를 떠나기 전, 인사를 제외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문서를 작성했다. 위임을 받는 사람은 그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임원들이었다. 최고 결정권자이자 책임자인 CEO가 오랫동안 회사를 비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완벽하게 위임이 돼 있었기 때문. 강 전 회장이 GE코리아를 사람이 움직이는 회사가 아니라 시스템이 작동하는 회사로 만들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 전 회장은 일상적인 회사의 운영은 CEO의 몫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CEO의 역할은 비전을 제시하고 성장 모델을 만드는 겁니다. 회사가 성장하도록 만드는 게 리더가 할 일이죠. 부재 경영을 하다 보면 일상적인 운영은 위임을 해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오히려 CEO 자신은 전보다 덜 바빠져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고 재충전도 되죠.”


강 전 회장은 자신의 권한을 완전히 믿고 맡기는 권한 위임을 통해 후계자들을 양성했다. GE코리아 회장을 지낸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 황수 GE코리아 회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김광로 비디오콘 부회장도 위임형 리더십 승계에 일가견이 있다. 김 부회장은 1997년 LG전자 인도법인장을 맡아 10년 만에 LG를 인도 1위 가전 브랜드로 성장시킨 신화적 인물로 통한다.


“나는 가급적 사람의 장점을 봅니다. 한국인은 인도인에 대해 말이 많고 게으르며 책임지지 않는다고 힐난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정반대입니다. 인도인은 생각이 다양하고 행동이 느릴 뿐, 오히려 믿고 맡기면 좋은 성과를 냅니다. 대부분 해외법인은 주재원이 현지인에게 ‘명령’하는 구조로 움직이지만 저는 반대로 한국인 직원에게 ‘뒤로 물러나 앉으라’고 했습니다. 한국인이 관여할수록 현지인의 오너십이 작동하지 않기 마련입니다.”


김 부회장은 위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 아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수와 실책을 나무라지 않고 용서하며 의욕을 북돋우는 조직문화야말로 예비 리더는 물론, 전 조직원들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

 

 
현장체험형 
 

 

‘강의실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작년, <비즈니스위크>지는 ‘경영 관리 함정 다섯 가지’를 발표하며 그 중 하나가 ‘강의실 교육(classroom training)’임을 지적했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에서 그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과거의 관행, 이는 현재의 지식 노동자를 수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 물론 강의실 교육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를 현장의 성과와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오늘날 모든 기업들의 과제라는 것이다.


지식은 그 성격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학문적 지식이 있다. 각 분야의 기초이론이나 기초과학 기술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이론적 기초는 어느 분야에서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지식을 기업에서 즉시 활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핵심 이론’이라 하며 이를 고집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그칠 위험 또한 다분하다.


다음으로 실용적 지식이 있다. 특허, 소프트웨어 또는 데이터베이스 등이 그 예다. 이 역시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기업활동 전반의 것을 모두 데이터화 할 수도 없을뿐더러, 경영에 필요한 지혜를 모두 얻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마지막은 현장 경험 지식이다. 생산 현장 및 고객 서비스에 관한 노하우, 경영일선에서 얻은 경영지식 등이 이에 속한다. 이는 기업활동에서 세가지 중 가장 중요한 지식이다. 아울러 가장 급변하는 지식이기도 하다. 경영방식 및 직원들이 마인드, 그리고 고객 취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데 이에 발맞추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은 자명한 것.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장 경험 지식을 체화시켜 미래의 리더십을 준비하는 기업의 움직임은 그래서 중요하다.


세계의 많은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를 실천해 오고 있다. 신입사원들을 부서에 관계없이 일정기간 동안 영업현장에 내보내는 점이나, 선배와 후배 간의 ‘멘토링’ 제도를 시행하는 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IBM이 신임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집합교육을 통해 현장 업무 수행 능력을 길러 온 것, 도요타의 OJD프로그램(On the Job Development, 현장에서 직속 상사의 지도를 받아가면서 개선 과제를 수행하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 등 그 예는 무수히 많다. 비단 기업뿐만이 아니다. 미국 육군의 지식관리센터는 새로운 지역에 파견된 선발대가 지형, 기후, 적군의 저항 정도 등 모든 정보를 입수해 실시간 중앙센터로 송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관생도들과 사병들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현장상황, 실무경험, 현재의 트렌드 등은 대부분의 조직 리더라면 갖춰야 할 필수요소가 돼 가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 대한 욕심으로 밀항도 감행

총론에서 언급된 일본 노포(老鋪, 대대로 물려오는 점포)들의 사례는 ‘현장 경험’의 방법으로 올바르고, 특색 있는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승계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일본에는 수백 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노포들이 많다. 물론 이는 가업을 잇는 것에 대한 일본인들의 남다른 인식도 한 몫 하지만, 고객들의 끊임없는 발걸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노포들은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다. 판매 방식이나 고객과 상품에 대한 자사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모든 노포에는 각각의 전통이 있지만, 모든 노포의 직원들은 결코 매뉴얼 따위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21년 창업된 나고야의 향 전문점 ‘숀코도’의 리더십 승계 과정은, 그 방식에 있어 일본 노포들의 그것을 대변한다. 이곳의 창업자 오가와 에이지로의 ‘현장 체험 중시’가 낳은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창업 당시, 향의 원료가 되는 침향목의 물류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에서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싶었던 그는, 그 열망 하나로 나고야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외교 수속 등 정식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말이다. 결국 이 밀항은 발각돼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가 보인 행동은 오늘날까지 기본정신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하니, 그들이 승계해 온 ‘현장 체험’의 중요성이 얼만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후 그는 결국 홍콩과의 거래를 시작했고, 2대째에는 홍콩을 거점으로 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향목을 직접 수입했다. 이어 3대째에는 원료의 손쉬운 확보를 위해 베트남에서의 식림사업이 본격화 되는 등 그들의 핵심가치는 유지된 채 시대에 맞춘 확장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숀코도에서의 모든 직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좋은 나무를 알아보는 예리한 안목이다. 아무리 과학적인 데이터와 ‘향’에 대한 재능을 타고났다고 해도, 좋은 원료를 구별해 내는 안목을 길러주는 건 결국 시간과 경험이다. 이 과정에서 숀코도의 경영자는 직원들이 불량품을 구입해 왔을 때는 “이 불량품까지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며 실수를 통한 배움을 독려해 왔고, 각 원료생산지를 직접 발걸음하며 좋은 원료를 구별해 내는 자신의 모습을 직원들에게 보여줘 왔다. 모두 현장 체험에 의해 직원들이 스스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창업 당시부터 숀코도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두 가지 경영이념은 ‘향을 향한 감각을 키우는 건 스스로의 노력 뿐이다’와 ‘장사는 선향처럼 길고 가늘게 해야 한다’ 라고 한다. 좋은 원료가 있다면 어디든 발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모든 사안을 장기적으로 생각하며 기업의 이념을 지켜나가는 경영자들의 모습이 숀코도를 백 년 가까이 장수하는 노포로 만든 셈이다.

 

 

 

------------------------------------------------------------------------------------------------------------

 

 

견제와 균형형 

 

 

‘경쟁관계’는 ‘라이벌’로 부를 수 있다. 라이벌(Rival)의 어원은 영어의 리버(River)로, 이는 ‘같은 강가, 하지만 반대쪽에 사는 주민’을 의미한다. 강은 ‘경계’만을 상징하지 않는다. ‘교류’의 의미 또한 포함하고 있는 것이 강, 즉 라이벌이라 볼 수 있다.

 

후보자들을 경쟁시켜 차기 리더를 선발하는 리더십 승계 방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침과 동시에 서로를 통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메워 간다. 반대로 경쟁에서 상대를 깎아 내리려고만 한다면 자신의 능력 또한 제자리에 머물거나 오히려 퇴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CEO는 그 책임과 영향력에 있어 여타 관리자와 큰 차이가 있다. 기업 경영에 가장 직접적이면서 크게 영향을 미치기에, 기업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준비된 승계’가 이뤄져야 한다. 그 ‘준비’의 과정에서 경쟁은 필수다. 이는 GE와 같이 예비 CEO군을 확보하고 이들을 양성 프로그램 속에서 경쟁시키는 기업은 물론 혈연 승계를 행하는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창업자 세대는 기업을 설립하고, 2세대는 기업을 물려받고, 3세대는 기업을 파괴한다’. 이는유럽 속담으로, 혈연 승계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아무리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경영권이라 해도 단지 후보자들을 평가한 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교육과 경험을 동시에 쌓도록 하며 그 과정에서 후보자 간의 경쟁을 통한 역량강화가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려한다면 혈연에서 전문경영인으로의 후계자 육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이라도 소위 ‘오너’의 혈연으로 연결되는 잠재적 후계자들을 경쟁시키고, 경영자로서 육성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소장은 덧붙여,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를 더욱 명심해야 함을 말했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은 소유가 집중되고, 지배주주가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며, 독립기업 체제가 아닌 기업집단 체제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 그 이유다. ‘제왕 교육’,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이 표현되는 국내 재벌기업 후세들의 현 경영교육이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세습경영의 모범을 보여주다

스웨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50%가량을 소유한 유럽 최대 그룹 발렌베리가(家)의 리더십 승계 방식은 발렌베리를 자국의 ‘국민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5세대에 걸쳐, 150여 년 확고한 경영세습을 해온 발렌베리 가문이지만, 이 가문은 스웨덴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03년, 당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이학수 부회장, 이재용 상무와 함께 스웨덴을 방문해 발렌베리의 리더십 승계에 관한 탐방을 했던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습경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며, 또 존경받고 있는 발렌베리의 리더십 승계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발렌베리 가문은 능력 있는 후계자를 키우기 위해 차기 CEO후보자들, 즉 자녀들에게 가혹할 정도의 시련을 겪으며 자라게 한다. 자칫 회사가 부도라도 난다면 이는 자신의 가문에 그치지 않고 스웨덴 사회 전체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고, 형제 간의 경쟁을 통한 양성 방식이 틀리지 않음을 선대가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곳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이는 스웨덴과 같은 산업후발국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바다로 나가 외국과 교류를 활발히 해야 한다는 창업자 안드레 발렌베리의 철학이 이어져 온 것이다. 경제 활동에 앞서 애국심부터 가르쳐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면 세계 명문대에서의 MBA코스를 거쳐야 하고, 뉴욕, 런던, 파리 등지의 국제금융회사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어야 한다. 국제금융과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아울러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자기절제력, 판단력, 위기관리 능력 등을 끊임없이 평가 받는다. 그리고 모든 단계를 거친 후 가장 두각을 보인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에게 경영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1대와 2대 CEO는 장남들이, 3대와 4대는 차남들이, 그리고 현재 5대는 장남과 차남이 ‘투톱’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고전 전문가 신동준 박사의 “장남은 기업의 창업단계에서 힘을 발휘하고 차남은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지키는 단계에 유리하다”는 말이 발렌베리가의 역사에서 드러난 것이고, 급변하는 오늘날에는 장남과 차남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기업을 함께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발렌베리의 지주회사 인베스터의 현 회장인 피터 발렌베리는, ‘발렌베리’라는 이름 때문에 회장이 된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은, 더 열심히 일하고, 그 누구보다 잘 해내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는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발렌베리재단은 기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의 대부분을 스웨덴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쓰고 있으며, 발렌베리 소유 기업들의 경영성과가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로 환원되는 구조 속에서 전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

 

 
전문가 인터뷰 -  박진석 《리더십 바톤터치》 저자 
 

 

Q ‘리더십 승계’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A 리더십 승계는 최고 지도자 한 사람만을 교체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닙니다. 최고지도자의 리더십 승계는 사실 조직 전체의 리더십 체계와 전략, 조직 문화, 분위기 등 모든 부분에 작용하는 큰 변화이자 충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7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워렌 버핏은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후계자를 찾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교적 쉽게 자신의 후임자를 찾으리라고 낙관했었지요. 그러나 막상 세계 각국에서 온 6백여 통의 지원서류를 갖고 씨름하면서 후임자를 선택하는 일이 재정 투자보다도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후임자 지원서를 모아놓은 상자에 ‘너무 어려운(too hard)’이라고 써 붙여 놓았다고 합니다.
리더십 승계는 단순한 지도자 교체라는 이벤트가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총체적인 과정인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리더가 조직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성공적 리더십 승계


Q 리더의 최종 임무는 자신의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떠난 후가 아름다운 리더’가 되려면 자신의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까?

A
대부분의 리더들이 자신의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리더십을 발휘하면 된다는 100미터 달리기 식의 단견적인 리더십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당대의 리더십만을 생각하지 후임자의 리더십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안목을 가진 리더가 참으로 부족합니다. 리더십은 혼자만 잘 달리면 되는 마라톤이나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일종의 계주경기로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리더십을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바톤을 넘겨줘야 하는 과정을 포함한 계주 경기로서 이해하게 될 때 리더는 계속해서 리더십 바톤터치의 순간을 의식하고 준비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됩니다. 가장 나쁜 리더는 자신이 없으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자신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조직을 만드는 리더입니다. 게다가 은퇴 이후에도 조직을 떠나지 않고,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집착하는 리더입니다.
최고의 리더는 자신이 필요 없을 정도로 견고하고 건강한 조직을 세우는 리더입니다. 또한 리더가 조직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성공적인 후임 리더에게로의 성공적인 리더십 승계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조직내외에서 항상 자신의 후계자가 될만한 사람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을 하나의 일상화된 핵심과업으로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큰 조직의 경우에는 리더십 승계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전담할 수 있는 계승 관리팀을 구성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리더는 현재의 자신의 리더십 직임을 영원히 유지하려고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의 은퇴내지 사임 시점을 고려해 조직의 핵심 멤버들과 승계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정도의 성숙함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Q 리더십 승계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절차는 어떤 것인가요?

A
리더십 승계는 조직의 한 리더만을 교체하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닙니다. 조직이 크고 방대할수록 리더십 승계는 조직의 리더십 시스템 등 전반에 걸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오게 됩니다. 그래서 리더십 승계는 보다 세심하게 준비돼야 합니다.
먼저 리더십 계승 준비 과정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전임자의 사임, 리더십 공백기에 대한 대책, 리더십 계승과 관련된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합의, 후임자 선정에 필요한 자료로서 조직의 사명과 상황에 대한 정리 등의 요소가 포함됩니다. 준비 과정 이후에는 실질적인 리더십 계승 과정이 이어집니다. 이 단계에서는 후임자 선정 위원회 구성, 후임자 선정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 설정, 후보자 조사 및 면접, 후임자 최종 선정을 위한 결정, 후임자 취임식 등의 내용들이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리더십 계승 후의 과정이 이어집니다. 이 계승 후 과정에는 후임자가 빨리 조직에 적응하고 조직의 상황에 적합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문하고 지원하는 일들이 포함됩니다. 이와 같은 승계의 전체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준비된 승계야말로 리더십 승계라는 큰 과업을 성공적으로 이룩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일류 기업, 외부승계자 보다 내부 승계자 택해

Q 리더가 후임자를 선정할 때 중요하게 삼아야 할 덕목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
바람직한 후임자 선정을 위한 자질과 덕목의 항목들은 조직의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다릅니다. 조직과 리더의 적합성, 소위 궁합이 맞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후임 리더가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조직의 문화나 분위기나 해결해야 할 핵심 과업의 성격과 그 후임 리더가 잘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먼저 후임자 선정 기준을 결정하기 전에 조직의 핵심 사명과 과업을 분명히 하고, 조직의 문화와 분위기에 대한 재정리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작업 이후에 이와 같은 조직에 적합한 후임자의 자질과 덕목들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후임자 결정 주체들간에 논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후임자 선정 기준에 대한 합의를 공정하고 분명하게 하는 것은 리더십 승계와 관련해 일어날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후임자의 덕목은 일반적으로 인격적 자질과 업무 능력적 자질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세부적인 많은 기준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질들은 서류와 면접만으로는 분별해내기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일류 기업들의 경우에는 외부승계자 보다는 조직내부에서 오랫동안 관찰하고 훈련해 온 내부 승계자를 세우는 경향이 많습니다.

Q 리더가 리더십을 승계하는 방식을 크게 위임형, 현장체험형, 견제와 균형형으로 나눴을 때, 이중 가장 효율적인 케이스는 어느 것이며, 해당 케이스가 다른 경우와 확연히 구분되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A
리더십 승계 방식은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승계의 효율성은 조직의 상황과 후임자 선정 주체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오랫동안 잘 준비된 후임자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리더십의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위임형이 좋다고 봅니다. 그러나 후임자가 외부 계승자인 경우에는 조직의 기존 핵심 리더들의 도움을 받아 현장 체험 등의 준비와 훈련 과정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리더십의 권한을 물려주는 것도 좋은 방식일 것입니다. 때론 조직의 상황이 정치적 이해 관계나 갈등이 많은 경우에는 견제와 균형의 묘미를 살리는 방식의 승계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합한 후임자가 세워져서 처음부터 리더십을 대폭 위임해 강력하고 견고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승계 과정을 준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임자나 조직의 기존 핵심 멤버들의 도움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리더십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훈련돼야

Q 큰 조직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리더는 타고 나는 것인가? 길러지는 것인가?” 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이 명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A
조직이 크고 역사가 오래되며, 성공의 경험이 많았던 안정적인 조직일수록 후임자가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훨씬 더 어렵습니다. 반면에 조직이 작고 역사가 짧은 조직일수록 리더 개인의 역량과 영향력에 따라 많은 변화와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기존의 견고한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는 조직에서 리더가 의미 있는 혁신적인 변화와 성과를 이룰 수 있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리더십에 필요한 자질도 훨씬 더 많이 증가하게 되는 겁니다. 리더십은 상황 변수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새롭게 훈련돼야 합니다. 물론 리더가 타고난 리더로서의 자질과 성품을 갖추고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장기간에 걸쳐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리더십 자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리더십이라는 것은 리더 혼자 발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리더를 리더답게 만들어주는 부하들의 역할이라는 것도 존재할 것입니다. 리더와 부하의 이상적인 관계란 무엇이며, 올바른 관계 형성은 어떻게 이뤄져야 합니까?

A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와 부하간에 진실이 통하는 신뢰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의 경우 성과 창출과 이윤 추구라는 현실적인 동기를 무시할 수가 없지요. 그러다 보면 리더나 부하 사이의 인간관계가 단지 도구적이고 수단적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리더나 부하 공히 상호의존적으로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진심이 담겨있는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더십 전문가인 존 맥스웰은 리더십 성공에서 제품에 대한 지식이나 역량의 기여도가 20% 정도라면, 인간관계에 대한 역량과 기술은 80% 정도를 차지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관계 요인이 중요한 것입니다. 리더와 부하의 인간관계는 마치 예민한 애완동물을 키우거나 식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해서 지속적인 진심이 담긴 배려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Q 뉴 리더가 성공적으로 조직에 적응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합니까?

A
일단 새로운 리더는 조직에 부임하면 적응과 변화라는 이중 과업을 요청 받게 됩니다. 그러나 먼저 적응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뉴 리더는 새롭게 부임한 조직이나 직위에서 적극적인 학습자가 돼야 합니다. 이 학습의 과정에서 단지 책상에서 문서로 진행되는 학습보다는 직접 현장을 찾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대면접촉 학습이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조직의 기존 핵심 멤버들과의 좋은 관계를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양질의 고급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관계적인 노력과 함께 리더가 풀어내야 할 조직의 핵심적인 과제와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 해결방책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작업도 이 적응시기에 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리더십 승계는 조직의 장기적 발전 위한 핵심요소

Q 기존 기업의 리더십 승계 과정 중 가장 바람직한 사례 혹은 롤 모델이 될 만한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기업과 리더를 각각 선정해주신다면?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리더십 승계와 관련해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성공적인 사례는 GE의 잭 웰치로부터 제프리 이멜트로의 승계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임자 잭 웰치 역시 GE의 리더십 승계의 철학과 전통을 따라 전임자로부터 훈련을 받아 승계된 인물이었습니다. 잭 웰치는 GE의 리더십 승계의 철학과 정신을 잘 이어받아 자신의 재임기간 중 첫 10여 년은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에 몰두했고, 이후 10년은 자신의 후계자 발굴과 훈련, 선정을 위해 장기간에 걸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제프리 이멜트는 이러한 GE의 리더십 승계 철학이 만들어낸 산물이요, 멘토인 잭 웰치의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탁월한 기업들은 대부분 기업의 장기적 성장,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 요소중의 하나로 리더십 승계를 포함시키고, 단지 최고경영자만이 아닌 기업 전체 조직의 주요 직급에 있는 리더들에 대한 승계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Q 리더십 승계과정의 실패사례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은 어디를 들 수 있으며, 리더십 승계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과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A
1980년대 말 러버메이드(Rubbermaid)사는 무명의 회사에서 일약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칭송하는 회사’ 연간 리스트 1순위에 올랐던 회사입니다.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고, 이 성장의 중심에는 탁월한 CEO인 스탠리 골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리더십 계승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을 갖지 못해 자신의 재임기간의 업적에만 몰두해 회사를 지나치게 자기 의존적인 왕국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골트 이후에 세워진 후계자들은 전임자에게 너무 의존하던 회사의 경영구조를 쉽사리 극복하지 못했고, 회사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러버메이드사의 빠른 성장과 몰락은 바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발전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양질의 탁월한 리더가 공급돼야 한다는 리더십 계승 철학의 부재에서 온 대표적인 실패 사례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리더십 승계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조직 구성원들과 리더 자신, 모두가 리더십 승계야말로 조직의 장기적인 성장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리더십 승계 노력은 리더십 교체 시기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인재발굴과 양성이라는 틀 안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과제가 돼야 합니다. <출처 : 월간 리더피아 2010.2, 3월호>

 



출처 : 사랑이 넘치는 교육
글쓴이 : 푸른 하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