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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코너/곡반중학교

방과후 맞춤형 수업

'우리 교장선생님은 지금 수업중'


수준별 수업 직접 가르치는 금옥초 김화용교장
전교생 대상 방과후 맞춤형수업 실시
학력신장-사교육 경감, 일석이조 효과


교장선생님이 직접 학생들에게 직접 수학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어 화제다. 서울 금옥초등학교 김화용 교장(58)은 매주 수요일 오후만 되면 수학책을 들고 4학년 교실로 들어간다. 이학교가 마련한 방과후 수준별수업에 김 교장도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터치’라는 방과후 수준별수업 프로그램을 마련한 금옥초는 지난3월부터 김 교장이하 전체 교원들이 맞춤식 보충지도에 나서고 있다. 각 학년별로 상, 중상, 중하, 하등 4단계로 편성하고 1,2학년은 국어, 3~6학년은 수학을 수요일 5,6교시에 불럭타임으로 지도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높이고 사교육 수요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김 교장은 지난 3월 정부가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우선 요요현상처럼 학년말에는 학습부진아에서 구제됐다가도 곧바로 학기 초가 되면 부진아로 주저앉는 것을 차단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꾸준하고 철저한 수준별 맞춤식 수업이다. 솔선수범, 교장 스스로가 앞장섰다. 그리고 모든 교직원이 학력신장에 매진하는 모습을 학부모들에게 보여주자며 교사들을 독려했다.

학습부진아라는 낙인효과를 우려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수준별 수업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 운영한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반이 어느 수준 인지를 알 수 없게 했다. 2학년은 코끼리반. 기린반, 토기반, 다람쥐반이란 이름으로 편성하고 3학년은 빨강, 노랑등 색깔을, 4학년은 세종대왕, 장영실등 위인들의 이름을 따 반 명칭을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교장선생님이 가르친다고 하니까 처음엔 아이들이 바짝 긴장하더군요. 한 두세 차례 수업을 하고나니까 이젠 아주 친구먹자고 할 판 이예요. 다른 반 아이들이 부러워한다고 하니 절반은 성공한 셈이지요.”
‘수업은 무조건 재미있어야한다’는 김 교장은 학생들에게 학교는 즐겁고 편하고 참 좋은 곳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교장의 ‘유쾌한 학교論’은 축제를 연상케하는 이 학교 입학식에서 잘 드러난다.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신명난 진행, 화려한 무대장치, 그리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한데 어우러진 입학식장은 한바탕 즐거운 놀이 마당으로 변신한다. 학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 주는데는 이만한 특효약이 없다. 그래서 일까. 아침만 되면 이유없이 배아프고 머리 아픈 ‘신입생 증후군’을 이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금옥초 학생들은 또 책가방이 가볍다. 전교생 모두 교과서가 두벌씩이어서 한 벌은 집에 한 벌은 학교에 두고 다니기 때문이다. 학생들 성장발육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무거운 책가방을 없애기 위해 학교측이 동창회비를 모아 전교생에게 교과서를 한 벌씩 추가로 구입해 준 것이다. 이뿐 아니다. 김 교장은 알뜰바자회에서 나온 수익금 역시 전교생 모두에게 통장으로 나눠줬다. 어려서부터 근검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몸에 익히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다.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재산은 가르칠 수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교사는 학생들에게 등대같은 존재가 돼야 합니다.” 김 교장은 “지금은 비록 쓸쓸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가르치는 참 스승의 모습을 보여줄 때 먼 훗날 진정한 스승의 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