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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코너/곡반중학교

[스크랩] 수원 곡반중학교 교사 유은화 수기 8

어느 날 문득 공식적 모임 이외엔 어른 선생님들과는 교류가 거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른 선생님들께서 먼저 내게 다가오는 것 보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자 어느 새, ‘Cool Messenger'에 내가 글을 적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전혀 한마디도 나눠 본 적 없는 분께 글을 쓰는 것은 나 역시 힘겨운 일이고, 때마침 우리 반에 나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일이 생겨 그 핑계로 동 학년 선생님들 중에 경력과 연륜이 있으신 선생님께 메신저로

“선생님, 이번 주 안에 선생님 시간 되실 때 저 밥 좀 사 주세요.”

라며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물론, 그 선생님이 어떻게 반응하실지 걱정스런 맘에 안절부절하는 찰라,

“어우, 좋죠. 멤버 한 번 구성해 보세요. 밥은 언제든 사드릴 수 있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다행스럽고 감사했다.

그렇게 그 선생님과 잘 어울릴 수 있으신 분들 몇 분께 말씀을 전한 뒤 자리를 갖게 되었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그 당시 우리 반 말썽꾸러기 녀석 때문에 온통 신경을 쓰고 짜증이 쌓여 갈 때였는데 그 날, 선생님께선

내게 이런 물음을 던지셨다.

 

“그 말썽꾸러기 한 녀석에게 선생님이 온통 정신을 쏟는 동안, 착실히 학교생활 잘 하는 아이들에겐 관심을 얼마나 가졌어?”

“네???”

 

“물론 교사는 엇길로 가는 학생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야. 그렇지만 최선을 다한 뒤엔 기다려 줄줄도 알아야 해.

 

교육이라는 것이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데, 당장에 그 것을 보려고 하니까 스트레스가 쌓이고 행복하지 않은 거야. 내가 보기엔 유 선생님은 그 아이에게 할 만큼 했으니 잠시 기다리고 지켜봐, 그리고 그 말썽꾸러기 한 아이에게 신경쓰는 그 시간을 착실한 아이들에게 투자해봐. 아마 10명은 거뜬히 챙겨 줄 수 있을걸.”

 

그날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 말썽꾸러기 녀석과는 함께 이야기 한 적도 많고 더욱이 그 부모님과는 굉장히 많은 통화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착실히 생활하는 아이들 중 몇몇은 깊이 있는 대화도 나눈 적이 없는데다 그 부모님들과는 전화 한 통 한 적이 없는 것이었다.

 

출처 : 교감교장나라
글쓴이 : 雪岳居士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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