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코너/Meaning of life

가자 가자 백두산!

백당 - 백세까지 당당하게! 2017. 10. 21. 03:19


   







가을을 찾아 떠난 관악산

 

오늘은 1016일 월요일.



정년 퇴직 후 만나는 친구들 모임으로 월요일마다 둘레길과 산을 번갈아 오르는데, 오늘은 가을의 정취를 찾아 관악산엘 가는 날이다.

지난 번 연주대를 오르고 하산할 때 좀 더 수월한 코스로 하산하려다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듯 한 길로 하산하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났다.

 

구름이 끼어 뜨겁지 않아 좋은 날씨다.

책임감 있고 구수한 입담을 가진 곽 대장의 진두지휘에 따라, 과천의 정부청사역에서 만나 연주암으로 오르는 코스가 오늘의 일정이다.

 

가자 가자 백두산!”

(우리 친구들이 하는 구호이다.

가자! 가자! 백 살까지 두발로 에 가자라는 뜻이다.)

 

오늘도 관악산 이름 그대로 바위가 많아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계곡에는 물이 없어 시원한 맛은 없지만 가을공기는 상쾌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여럿이 오르니 훨씬 수월한 느낌이다.  그러나곳곳에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오르내리기에 힘이 들었다.

 

아마 제대로 된 단풍은 2주 후에 가능할 것 같다.

오르는 길이 힘들어도 연주암에 오르니 산 정상에는 붉은 빛이 돌았다. 관악산은 이제 단풍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요즈음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은 여자들의 세상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디를 가던 여자들이 많다. 특히 낮 시간에 음식점은 여자들 손님이 대부분이다. 하루에 25천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여자들이다 보니 별난 것은 아니리라. 오늘 여기도 마찬가지겠지!

한 무리의 울긋불긋한 단풍 같은 여인네들이 햇볕이 닿을 새라 얼굴에는 커다란 썬 글라스에 커다란 모자를 두른 채 일행들이 올라와 툇마루에 걸터앉아 푸념 섞인 소리를 늘어놓는다. “난 오늘도 간신히 빠져 나왔어, 시어머니 건강이 점점 나빠져서 걱정이야다른 이는 얘 너는 복두 많다. 맏며느린데 시부모 모시지 않고 살았으니 행복한 거야, 난 맏며느리도 아닌데 벌써 5년째 모시고 있어.” 라고 말하니 그럼 너네는 누가 모시니?” “, 처음에는 큰동서네 애들 키워 주시느라 거기서 살았고, 지금은 막내 동서네서 살아 , 시어머님은 큰동서네 애들 다 키우셨고, 막내동서네 애들 다 키워주셨어. 남편이 우리 집으로 와서 사시자고 하는데 안 오신대또 다른 이가 거든다. “그럼 너 동서들에게 잘 해야겠다.” “요즘 서로 노인들 모시려고 하지 않으니, 앞으로 우리세대는 각자 살 궁리를 해야 해” “그래, 그래 네 말이 맞아, 자식들에게 재산 물려 줄 것 없이 우리들도 살 궁리를 해야 해. 난 모기지해서 노후에 살거야하하하…….”

현재 내 아내도 92세의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내색하지 않는 아내의 속내는 어떨까?

 

여자들은 자식자랑에 시어머니 시집살이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연주암에서는 점심을 공양한다고 해서 들어갔다. 음식은 소금에 절인 짠 무와 나물에 스스로 적당량의 밥을 퍼서 고추장을 넣고 비비는 비빔밥에 된장국이다. 절에서 먹는 간소한 음식으로 내가 어렸을 때 찬물에 밥 말아 짠무 한가지를 반찬으로 먹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점심을 먹고 연주암 툇마루에 앉았다. 곽대장이 연주암 툇마루에 앉아서라는 시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한 수 읽어주었다.

 

연주암 툇마루에 앉아……. 오지 않는 임을 그리며…….” 그는 늘 이곳에 오면 이 시를 읽는다고 했다. 내가 힘들었을 때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들어주었던 고마운 친구이다. 그는 아는 것도 많고, 말도 구수하게 엮어가는 말 재주가 있어 나를 심심치 않게 해주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연주 암을 뒤로하고 연주대로 오르는 길엔 붉은 단풍이 내려오고 있었다. 삶에 지치고 힘들었을 때 산에 올라 멀리 아래를 내려다보면 가슴이 시원해졌던 기억이 났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연주대에 오르니 이미 한 무리의 울긋불긋 단풍이든 여인네들이 연주대라 쓰인 커다란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소란스럽게 깔깔대었다.

 

옆에서 동료가 이야기한다.

나는 관악산엘 여러 번 왔지만 여기는 처음이다라고하면서 매우 좋아했다. 그는 아내와 관악산엘 몇 번 왔지만 힘이 들어 연주암까지만 왔다가 하산했다고 했다. 나는 그와 함께 깎아지른 바위에 만든 응진전으로 갔다. 웅진전 옆에 있는 깍아세운 바위에 동전을 붙여 세웠던 기억이 있어 찾아보니 아직도 몇 개의 동전이 붙어있었다.

이것을 보고 나는 여기 동전 붙일 수 있는 사람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다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분이 하는 말 나는 안 되겠네!”하여 한바탕 웃었다. 요즘 세상에 마음이 고은사람이 얼마나 될까?

 

홍 화백님! 한 번 해 보시죠?”

 

등산로 주변이 많이 깨끗해졌다.

내가 젊었을 때 자연보호라는 팻말이 많았었는데, 요즈음은 거의 보기 힘들다. 우리 문화가 많이 성숙해진 탓이리라.

건강해서 산에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솜털이불이 깔린 푸른 하늘과 웅장한 바위와 나무들을 보면서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가자 가자 백~~!”

 

20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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