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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코너/2004 교감(교장)이야기와 내글

[스크랩] 회초리

20년 전쯤 피터 위어 감독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국내에서 크게 흥행했다. 그 영화속 주인공 키팅(로빈 윌리엄스분) 선생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영어교사로 부임, 권위와 전통으로 똘똘 뭉친 교풍에 맞서 ‘다양한 생각으로 오늘을 살라.’며 학생들이 참다운 삶에 눈뜨도록 만들어 가는 인상적인 캐릭터이다.

 

엄한 분위기의 학교 생활에 익숙한 탓에 독특한 교수법을 이해하지 못하던 학생들. 결국 학교에서 추방당하는 키팅 선생에게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며 눈물의 배웅을 하는 마지막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케 했다. 대학 진학을 겨냥한 입시준비의 치열한 경쟁공간쯤으로 바뀐 우리 학교며 교사들과 클로즈업돼 전해지는 울림이 강하다.

영화속 미국 교사, 키팅처럼 참교육과 이른바 ‘죽은 교육’의 틈새에서 갈등하는 일선 교사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키팅이 서클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학생들을 이끌었던 것처럼 교육의 참 가치를 펴기 위한 교사들의 힘겨운 노력과 갈등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런데 키팅의 인내와 사랑 방식과는 다르게 우리네 일선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자주 쓰는 체벌은 선(善)보다는 악(惡)에 가까운 방편으로 통한다. 제자들을 바로 이끌려는 교사 자신들의 의식과 숨가쁘게 쳇바퀴 도는 일선 학교현장 틀의 간극에서 손쉽고 급하게 제재를 가하는 ‘못된 수단’으로 눈총받는다. 최근 어떤 교사는 여학생에게 치마를 벗게 하는 수준 미달의 체벌을 가하기도 했다.

 

무질서와 혼돈의 학교를 회초리로 다스려 일으켜 세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한 초등학교 교장 이야기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에 실려 눈길을 끈다.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학생들을 못 이겨 교사가 떠날 만큼 난장판이던 학교를 회초리를 든 지 3년 만에 학교설립 35년 이래 처음으로 주정부 교육당국이 수여하는 상을 3개나 받는 학교로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보다 체벌에 대한 반대가 거센 미국에선 흔치않은 일이다. 학부모들이 이젠 회초리 체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우리 교사들은 회초리를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출처 : 희망교육사랑 방
글쓴이 : 반달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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