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 · 기묘한 갯바위 · 야생화 가득 핀 언덕… 섬 전체가 문화재
마음 속에 그렸던 섬 풍경을 만나는 소매물도 여행
통영 앞바다는 큰 호수처럼 잔잔하다. 그리고 그 바다 건너에는 아름다운 한려해상의 여러 섬들이 여름휴가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꽃단장을 하고 있다. 막 항구를 빠져나온 여객선이 속도를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하면서 들르는 섬은 한산도, 용초도, 비진도 등. 이 뱃길이 마지막으로 닫는 곳이 소매물도. 남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가운데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는 ‘등대섬’이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여름휴가 때 가장 가보고픈 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등대섬은 ‘쿠크다스 섬’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언젠가 과자 CF에 등장했던 등대가 있는 풍경이 사람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겼기 때문에 그 과자 이름이 섬 이름을 대신하기도 했었다. 등대섬 같은 절경이 있는 소매물도는 사계절 어느 때 찾아오더라도 그 절경에 넋을 놓게 되지만 그래도 이맘 때 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매물도는 섬 모양이 마치 메밀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 지방 사투리인 ‘매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섬이다. 매물도는 사람이 사는 섬으로는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물이 차면 헤어지고, 물이 빠지면 이어지는 섬이라 등대섬이 소매물도에 속해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누구나 한 번 쯤 머릿속에 그려 보았던 섬의 풍광을 모두 갖춘 섬이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쪽빛 바다, 섬 주변을 에워싸듯 서 있는 기기묘묘한 갯바위, 야생화가 가득 핀 언덕 너머로 보이는 등대가 있는 풍경, 누구나 꿈꾸던 섬의 매력을 한 곳에 모아놓은 느낌이다.
소매물도에서 받게 되는 첫 느낌은 기대했던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다. 여객선을 타고 와 선착장에 서면 ‘우리가 소매물도에 와 있는 것이 맞나?’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섬 풍경은 황량하다. 최근 들어서고 있는 몇 동의 펜션을 제외하고는 낡은 섬집과 가파른 언덕길이 주는 첫인상은 ‘아름다운 섬’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등대섬을 찾아가는 길목에 있는 소매물도분교 자리에 도착하게 되면 그 동안 속으로 투덜거렸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들을 만나게 된다.
분교가 있던 자리는 지금 ‘미카엘의 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여자’의 촬영지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연보라빛 수국(水菊)이 반겨주고 빽빽한 동백나무 숲이 병풍을 이루고 있는 이 집은 몇 년 전 ‘힐하우스’라는 민박집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매물도와 등대섬, 남쪽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구경하려면 망태봉에 올라야 한다. 밀수선을 감시하는 세관(稅關)의 초소가 폐허로 방치되어 있는 망태봉에서는 새 아침을 알리는 일출의 장관을, 저물 무렵에는 일몰의 장엄함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깎아지른 바닷가 절벽 위에 초록 융단을 깔고 흰 등대를 하나 세운 등대섬의 절경을 내려다보는 행운도 망태봉 정상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기쁨이다.
등대섬과 소매물도는 어른 머리통만한 몽돌로 이어져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 50m 정도 되는 이 몽돌밭은 하루 두 번 여닫는다. 썰물 때는 섬과 섬이 이어지지만 밀물 때는 오갈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이 길은 물이 들고 날 때 물살이 빨라 위험하다. 따라서 물이 완전히 빠진 후에나 건널 수 있다. 물기가 남아 있는 몽돌은 무척 미끄럽기 때문에 조심해서 건너야 한다.
늘 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해송 몇 그루만 자랄 뿐 온통 풀밭인 등대섬이지만 북해가 바라보이는 스코틀랜드의 바람 부는 언덕 같은 이국적인 풍광이 가득하다. 이 풀밭은 철 따라 들꽃들이 피어나는 야생화 천국이다. 등대섬 동남쪽 해안은 용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등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가득한 곳이다. 이 가운데 글씽이굴이 가장 유명하다. 중국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러 온 서불이라는 사람이 해금강을 거쳐 이곳까지 왔다가 불로초는 구하지 못하고 동굴 천장에 서불과차(徐市過此, 이곳에 다녀간다)라는 글을 남긴 곳이라 전해진다.
바람 가득한 언덕길을 걷고 몽돌밭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여유 있는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소매물도와 등대섬. 섬 전체가 문화재 보호지역이 되면서 유람선으로 돌아보는 물길 관광은 할 수 없지만 섬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광을 가슴속에 담아온다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가족휴가여행이 될 것이다.
■ 소매물도로 가는 길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이곳저곳 들르지 않고 오면 소매물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10분 남짓. 거리는 20km 쯤 된다. 그렇지만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여러 섬들을 들르다보면 시간은 두 배 이상 더 소요된다. 따라서 소매물도로 직접 들어가고 나올 때 여러 섬을 들르는 배편을 선택하는 것이 섬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조금 더 얻는 방법이 된다. 휴가철에는 배편이 조금 더 자주 있는 편이지만 하루에 정해놓은 배편은 아침 7시, 오전 11시, 오후 2시 세 차례다(배편 문의 섬사랑, 054-645-3717). 하룻밤 묵어 올 예정이라면 마을 이장인 김태우씨(010-8900-6886)에게 숙박 정보와 예약을 부탁하면 된다.
■ 정보상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정보상 와우트래블 운영자
출처 : 희망교육사랑 방
글쓴이 : 반달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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