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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코너/교육소식

[스크랩] 교장 공모제! 암울합니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 같습니다. 오랫동안 전문직으로(6년이라고 하던가요) 생활하시면서 학교현장을 떠나 계셨던 분이 9월 1일자 교장으로 발령받아 필자가 근무하던 학교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학교는 아이들이 1200명 정도 되는 큰 학교였습니다. 과대규모 학교가 되다보니 다른 것도 문제가 되지만 특히 점심시간이 문제였습니다. 전 교생이 점심만 먹는데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급식실은 난리속이였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 1200명이 한 500석 되는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는 것 상상해보시면 그림이 그려지리라고 봅니다. 무척 소란하지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언제나 식당 조용한 방에서 격식을 차려 가며 점심을 드시던 분이 이런 난리 속 같은 자리에서 식사를 하려고 하니 얼마나 어려우셨겠습니까? 한 2일 아이들과 점심을 잡수시더니 느닷없이 3일째 되는 점심시간에 학교의 행정실장을 찾으셨습니다. 그러더니 급식실에 음향시설을 하시도록 조치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모차르트, 베토벤 음반을 틀어주면 아이들이 조용히 음악감상을 하면서 점심을 먹게 되리라는 논지였습니다.
 
추진력이 대단하신 분이라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음향시설이 갖추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가요. 바로 철거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음악을 감상하면서 격조 있게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소리 때문에 아이들 소리가 더욱 커진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밥 먹으면서 대화해야지요. 잘못이라면 비좁은 시설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이지요.

그분도 30년 가까이 교육현장에 계신 분이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생활할 때는 유능교사였던 분입니다. 그런 분도 단지 6년간 교육청에서 전문직으로 근무하시면서 아이들과 떨어져 계셨던 것이 현장의 감이 떨어지신 이유였습니다.

제대로 된 교원 양성 기관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고 오랜 기간 아이들과 생활하신 전문가들도 불과 몇 년 교육현장을 떠나 있다보면 현저히 감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다른 이유도 아니고 교육비리 대책의 일환으로 일반학교 교장의 50% 이상을 공모제로 임용하겠다고 합니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은 100%공모를 선언했고,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은 교장임용경쟁률을 10대 1까지 높이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리 원천으로 회자되는 교육감의 인사권을 약화시키면서, 교장 임용에도 경쟁을 강조하는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을 교육현장에 접목시킨 결과라고 봅니다.

교장의 역할은 학교경영입니다. 학교 경영을 경영의 관점에서만 보면 기업 경영을 잘 한 사람, 지방자치단체의 경영을 잘 하신 분들이 탁월한 능력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장이 경영해야 할 곳은 아이들이 있는 학교입니다. 이윤을 창출해내고 재화를 생산해내는 기업체도 아니고, 다양한 가치와 쟁점들을 조정해내야 하는 정치의 장이 아닌 교육의 장인 학교입니다.

예로 든 것처럼 학교는 학교만의 문화가 있고 아이들 우선이라는 존중 받아야 할 가치가 존재하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 맞는 전문가는 이런 곳에서 잔뼈가 굵고 세월을 함께 한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된 행보를 보일 수 없습니다. 성공적인 기업 경영으로 검증되었다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치력을 인정 받았다고, 학교는 이런 분들이 기업경영하듯 정치하듯 하는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교육현장 변해야 합니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어졌던 많은 부분들에 대해 과감하게 손볼 것은 손을 봐야 합니다. 전문직은 곧 승진보장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도록 전문직으로 전직한 교원에 대해서는 계속 전문직으로 남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든지, 공모교장이 임기연장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장 단임제의 검토를 신중하게 생각해 볼 수 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최고 자산인 다음세대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교장은 학교를 경영하는 사람입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있는 곳입니다. 아이들은 재화나 용역이 아니라 우리의 꿈과 미래입니다.

e-리포터 권광식 교사  충남 부석초등교

출처 : 희망교육사랑
글쓴이 : 반달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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