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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양식/감동이야기1

[스크랩] 할머니의 복수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어머니와 5학년 3학년 두남매가 거실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이게 뭐라구요?"
"케...."
"케로로라구요."

 

"이게 뭐라고요?"
재차 이어지는 질문에 어머니는

"케...로...로"
그러자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맞았어요, 할머니!"

 

"자 그럼 이건요?"
"....."
어머니는 코에 걸친 돋보기 너머로 두 눈만 껌벅껌벅 하고 있더군요.
"기로로요, 기로로."
"이건 타마마, 이건 쿠루루, 이건 도로로 아셨죠?"

 

"이게 뭐라고요?"
".... 쿠...."
"쿠루루요, 쿠루루"
이녀석들 서로 마주보며 낄낄거리고 좋아하더군요.

 

TV 만화영화 케릭터 카드를 들고 할머니에게 장난을 치고 있더군요

사실 저도 며칠전에 당했던 일이라 어머니의 맘을 이해 합니다.
당해보면 알지만
은근히 약이 올라서 끝까지 받아줍니다.
이런 쓸데 없는 오기로 전 2시간에 걸쳐
"개구리중사 케로로 " 란
만화의 케릭터를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소싯적엔 개구장이 스머프 이름 줄줄이 외운놈이라
이 두 악동들의 은근한
썩소를 받으면 화가 치밀지만 오기도 발동하더군요.

 

저만 당한 것도 아니고 제 아내도 어린이 교통카드 사오라는 아이들의 부탁에

케로로 케릭터 모양의 교통카드를 사왔다가
이놈들한테 타마마 케릭터로 사오랬더니
케로로 사왔다고 핀잔을 받으며
저한테 하소연을 하더군요

"아니, 그 개구리들 모양이 그놈이 그놈 같아서 뭐가 뭔지 알아야지 구분을 하지."

 

요녀석들 이놈의 개구리 케릭터 가지고 어른들을 놀려 먹는데 신이 났나 봅니다.
그런데 손자, 손녀들이라고 끝까지 받아주며 노력하시는 어머니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며 전 욕실에서 샤워를 끝마치고 나왔습니다.

 

여전히 거실에 모여 있는 세사람 곁을 지나 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풍"

"똥"

"비"

"이게 뭐라고?"
어머니가 호기에 찬 음성으로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더군요.
"....."
아이들은 꿀먹은 벙어리 모양 묵묵부답,

 

"풍 이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노?"
"이게 오동, 이게 메조, 이게 난초, 이게 팔광, 이게 홍싸리, 흑싸리...."
어머니의 능숙한 패돌림과 화려한 내려치기 앞에 아이들은 여전히 묵묵부답.

 

케로로 케릭터 카드는 이미 한 쪽으로 물려 있고,
어머니 손에는 화투짝이 쥐어져
있더군요. ㅎㅎㅎㅎ

 

"애비한테 물어볼까?"
어머니는 저를 한 번 넌지시 쳐다보시더군요
전 어머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풍초똥팔삼.."
이란 한 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짜식들 ㅋㅋㅋㅋ

 

좀 전까지의 남매들의 낄낄거림은 온데간데 없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어머니의 복수에 찬
다그침만이 거실을 맴돌았습니다.

 

너희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라. 70년의 세월을 이길 수 있나! ㅋㅋㅋㅋ

출처 : 2008년1기중등교장연수
글쓴이 : 白眉(김기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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