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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권 지폐 뒷면에는 무엇이 있나?

백당 - 백세까지 당당하게! 2009. 6. 8. 11:33

종이 ‘혼천의’, 만원짜리 지폐에서 튀어나오다

조선의 하늘을 담은 명품 천문기구

2009년 0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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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권 지폐 뒷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배경으로 ‘혼천의‘와 보현산 천문대의 천체망원경이 그려져 있다.
1만원권 지폐 뒷면에는 우리 민족의 천문학 전통과 과학적 성과를 상징하는 도안이 새겨져 있다. 도안의 배경에 깔린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전통 별자리를 그린 그림으로 조선 태조 때 만들어졌으며, 우측에 조그맣게 그려진 천체망원경은 경북 영천시에 위치한 보현산 천문대의 구경 1.8M 광학망원경이다.

지폐 뒷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국보 제230호인 ‘혼천의’이다. 마치 지구본처럼 생긴 혼천의는 지구, 태양, 달 등 여러 천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조선시대 천문 기구로 혼천시계의 한 부분을 이룬다.

바로 이 혼천의가 지금의 1만원권 지폐가 2007년초 첫 선을 보일 당시 논란의 중심이 된 적이 있었다. 혼천의가 중국의 발명품이라는 이유로 애초 지폐의 도안 의도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 일었던 것.



하지만 이에 대해 조선 중기부터 우리만의 기술로 개량을 거듭,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을 구현했으므로 우리 선조의 과학적 성과로 봐도 무방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전통과학사를 전공한 한 학자는 당시 “혼천의를 반대하는 논리대로라면, 서양에서 발명된 기구인 보현산 천문대의 광학망원경도 한국 과학을 상징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해야 한다. 어디에서 유래했건 천문기구를 사용해 이뤄놓은 우리 선조들의 과학 활동이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혼천의는 조선 현종 때 송이영이 만든 것이다. 만약 그림을 통해서만 혼천의를 보는 게 아쉽다면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박물관의 고미술전시실을 찾으면 된다.




혼천의를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직접 손으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과학교구업체인 엠아이페이퍼(주)는 종이 조각을 끼워 맞춰 모형 혼천의를 만들 수 있는 ‘해피페이퍼 혼천의’를 출시했다.



‘황도단환‘ 고리가 ‘천경흑쌍환‘ 고리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때, 황도단환의 ‘하지‘ 눈금과 마주보는 천경흑쌍환의 눈금이 어느 날짜를 가리키는지 읽으면 된다.
이 제품은 혼천의의 원리를 익힐 수 있도록 만들었다기보다 모형을 직접 재현해보는 것에 의미를 둔 교구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생이 혼천의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나 작동법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 날짜가 어느 절기에 해당하는지 수준의 실습은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지’가 언제인지 알고 싶다면, 절기가 표시된 황도단환에서 ‘하지’라고 쓰여진 눈금을 찾은 뒤 천천히 회전시킨다. 그러다 ‘천경흑쌍환’이라는 고리에 황도단환이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때 회전을 멈춘다.

이 때 황도단환의 ‘하지’ 눈금과 마주보는 천경흑쌍환의 눈금이 어느 날짜를 가리키는지 읽으면 된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