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포럼
학교는 무엇인가
이덕진 / 효원고등학교장
필자는 유년기를 제외하고 이제껏 학교 범주를 벗어난 적이 없이 살아 왔으면서도 “학교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아직도 계속해오고 있다. 이런 것을 일러 우문이라 해야겠지만 우리의 학교 교육에 관한 논의가 신문이나 TV에 빠진 날이 없고 그런 논의가 우리 청소년의 행복과 얼마나 근접한 것인지, 학교의 본질과 얼마나 가까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침이면 집을 나와 학교로 온다. 어른이 집을 나와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하듯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생활을 한다.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직장이며 사회가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견도 분분하다. 저녁 늦게 복도나 현관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내게 다가와 어리광 어린 표정으로
“교장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니? 힘들어도 이겨나가야지.”
“우리도 놀고 싶어요.”
“지금 열심히 공부하는 일이 너희들 일인데?”
혹자는 자율학습을 타율학습이라 부르고 우리 청소년을 얽매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르게는 자율학습을 하게 되어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고, 자율학습을 시키지 않으면 대다수의 아이들은 자기 시간을 통제할 곳이 없다고 한다.
교육청에서 자율학습을 권하는 것도, 학교장이 자율학습을 강권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을 진학해야 하는 우리 사회 현실과 대학을 진학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이 자율학습을 하게 만들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은 힘든 자율학습을 참아내고 있고 선생님은 가정도 뒤로 한 채 그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자율학습의 문제는 이제 학교의 현실이 되었고 우리의 학교가 달라진 모습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학교급식일 듯하다. 청소년의 사회이며 생활의 장(場)인 학교는 지식과 기능만을 습득하는 장소가 아니라 학교급식으로 고른 영양을 갖추어 청소년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고 이는 학교의 당연한 책무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 학교와 같이 2천명이나 되는 대 식구에게 점심,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문제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자식 사랑이 지극한 학부모들이 제기하는 학교 민원 1순위가 급식에 관한 것이고 학교 급식이 애초 뜻과는 다르게 학교교육의 신뢰에 초미의 화급한 일이 되고 말았다. 외부에 위탁하여 실시하던 급식을 학교 직영으로 전환하며 교육과정 운영이나 학생의 인성 지도는 뒤로하고 온통 급식 업무에만 매달려 있는데, 그것도 법령의 해석과 역할책임으로 갑론을박 하는 참으로 답답한 학교 현장을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이 안절부절 하는 교장이 되어 있다.
외부 업체에 위탁한 급식도 학생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겠지만 그래도 기업의 영리 추구가 목적이고, 학교에서 직접 급식을 운영하는 것은 영리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청소년기에 계획된 식단으로 편식하지 않고 건강을 증진하며 더 나아가 학교의 친구들 모두가 한 가족으로 즉 한솥밥을 먹는 한 식구로서 밥상머리 교육이 없는 우리 가정의 문제를 보완해 주는 학교 급식이 이루어져야 함을 생각할 수는 없을까?
학교가 학교 본래의 목적에 맞게, 그리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학교가 생겨난 그 때에 가졌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학교 구성원 전체가 마음을 모아 살아간다는 일이 세 살짜리 천자문 떼기보다 어려워진 학교현실이란 걸 과연 밖에서는 얼마나 공감을 해줄 지…
“학교는 무엇인가?” 라는 우문에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생각하고,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추구하고, 그리고 아이들을 볼모로 어른들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는 곳이 아닙니다.”라는 현답을 기대해보는 일이 또 어리석은 일인가? ( 2009. 6. 25. 경기일보 시민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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