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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코너/2004 교감(교장)이야기와 내글

학교선생님들은 방학이 있어 좋다?!!(이덕진)

시민포럼

 

3일간의 방학

이덕진 / 효원고등학교장

 

 

우리 사회에 교직은 선망의 직종이 되었다. 공교육에 관한 질타, 학교 교육을 불신하는 여러 비판이 무성한 속에도 학교 교사에 관한 선호도는 계속 높아만 간다. 이에 대한 이유는 각양각색일 터이지만 흔히들 교직은 방학이 있어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여름휴가는 직장인이면 누구나 가져보는 기다림이 된다. 경제가 어렵다 하면서도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는 여름휴가에 대한 상품 광고가 크게 나붙고 신문이나 방송에도 안내가 계속된다. 선진국에서는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1년의 고된 삶을 인내하며 생활한다는 말을 들었고 우리의 경우에도 으레 휴가 언제 가느냐는 인사말이 오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방학이니, 여름휴가니 하는 말들이 교직에 40 여년을 몸담아 오면서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소회가 아닐 터이다. 많은 사람들은 교사는 방학이 되면 논다고 생각하지만, 방학 기간이 더 바쁜 선생님들이 너무 많다. 학기 중에는 어지간히 아파도,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도 수업을 빠뜨릴 수 없어 학교에 출근해야 하고 막상 방학이 시작되면 각종 연수는 이 방학 중에 집중되어 있는데다, 어떤 경우에는 방학이라고 해도 하루의 여유도 없이 연수에 출석해야 하며 각종 과제와 보고서 작성, 시험으로 밤을 새워야하는 일이 많다.

 

우리는 누구나 학교를 다녔으며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해마다 방학식날이 되면 교문을 나서며 환호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아 오곤 했다. 우리의 학교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16년 동안 초등학교나 중학교는 한 달 가량, 공부를 많이 해야 할 대학교는 그 보다 더 많은 방학이라는 기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정작 일반계고등학교 학생이나 교사에게 주어지는 방학은, 학교 바깥에서의 생각과 크게 다른 고작 며칠이 전부다.

그런데 5일간의 방학, 때로는 2, 3일의 방학이 있다는 현실을 그렇게 이상스레 생각지 않는 주변을 보고 놀란다. 필자의 교직은 대부분이 고등학교에서 이었고 방학 내내 출근했으며, 아이들은 방학이라는 이름만 붙였지 학교에 등교한다. 이런 현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방학 중 학교에 출석하여 보충수업을 하고 다음 자율학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방학이니 놓을 방(放)에 배울 학(學), 말 뜻 그대로 학업을 잠시 쉬어야 한다고 강변하지도 못하는 학교이다.

왜인가? 도대체 보통교육의 학교가 대학 가기 위한 준비가 전부가 아니라고 해도 사회는 고등학교의 존재 여부를 대학을 가기 위해, 그것도 좋은 대학을 진학시키기 위해 있는 것으로 알며 명문 고등학교의 기준은 세칭 1류 대학 진학률로 삼고 심지어 S대학교에 진학한 숫자로 고교를 서열화 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유수 기업체에서 대학 졸업에 대한 이력을 사원 채용의 잣대로 가지고 있는 한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교육목표는 이념과 현실의 괴리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현실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여름날의 모기 소리가 되어버리고, 우리 학부모나 아이들의 꿈은 어느 대학교에 합격할 것인가로 가름하고, 선생님들 또한 방학이라 해도 보충수업에 자율학습 지도를 당연시 하며 내 교직생활도 그런 자부로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는가?

뒤늦게 3일 간의 방학이라는 현실 앞에 학부모님께 드리는 가정통신문을 통하여 이렇게 강변을 해 본다.

“무더위와 함께 여름 방학을 시작합니다. 방학이라 하지만, 고등학교 시기는 인생에서 자신의 진로 설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며 우리의 청소년들이 힘겨워 하고 그만큼 인내도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그간 자녀의 대부분의 일과가 학교에서 이루어졌으나 방학을 맞아 학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많기를 바라며, 이 여름을 통한 더욱 알찬 성장 있기를 당부 드립니다.”

( 2009. 7. 23. 경기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