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은 전쟁에서 비롯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김은국의 '순교자'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당시 공산정권에 의해 처형당한 목사들의 이야기를 살아남은자들의 시각에서 신앙과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순교자라는 제목에서부터 기독교신앙에 대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너무 강해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단지 그러한 내용만을 다룬 작품이 노벨상후보에 오르지는 않았을것이라는 생각에 또다른 무엇인가를 찾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순교자'라는 말에서 과거 제국주의가 판을 칠 때, 유럽 열강이 식민지 전쟁을 벌이면서 선교를 수단으로 삼아 침략행위를 하며 수많은 순교자를 냈었고, 십자군전쟁에서도 그러한 순교자는 있었으리라는 것을 동시에 떠올리게 되어 온갖 생각이 스치기도 하였다.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듯한 소설의 전개과정에서 적나라하게 파헤쳐지는 인간의 본 모습을 보게 된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인간적인 고통과 절규 이상으로 인간적인 고통과 절망의 나락을 발견하게 되고, 불신과 배교의 모습까지 보게 되지만 또한 신에 대한 믿음과 인간에 대한 믿음과 연민, 사랑이라는 것은 우리가 한마디로 판단하고 정의내릴 수 있는 개념 그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절망의 끝에 보인것은 희망이었고, 사실을 넘는 진실이 무엇인가, 진실을 보여주기 위한 거짓이 거짓일뿐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모든것을 다 감싸안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게 되는 것이다.
신을 믿는자에게나 믿지않는 자에게나 한 인간을 심판하는 자는 인간이 될 수 없다. 신을 믿고자 하는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라는 것에 대한 진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신앙인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바라보는 그 마음은 무엇을 담고 있어야할까 고민해본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작품에 담겨있는 인간의 도덕성과 심리묘사에 버금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김은국의 순교자는 민족의 분단과 이념의 대립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한국전쟁의 참혹함이 인간의 무엇을 짓밟았는가를 한번 더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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