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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게시판/영화

순교자/김은국 (책 리-뷰)

 

이 책은 장편소설로서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절망에 처했을 때의 기독교인의 신앙과 고뇌를 다룬 작품이다. 작가는 ‘순교자’라는 번역어가 종교적 색채가 너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교’자보다 ‘순’이라는 말이 가진 진솔한 뜻에 중점을 두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종교적 신앙서적이라기 보다는 인간이 극한 상황에 놓여 졌을 때 신앙과 인간적 고뇌 사이에 대한 갈등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순교자 (종교)  [殉敎者, martyr]
말이나 행위로 자신의 신앙을 부인하기보다 차라리 자진해서 죽음을 택하는 사람.
세계의 주요종교들은 대부분 이러한 행위를 제도적으로 특별히 인정한다. 이 용어는 대의명분을 위해 자기 생명이나 매우 귀중한 것을 희생하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순교자>는 한국 전쟁 중 남한 연합군의 평양 점령 후부터 북한군이 다시 평양을 수복하기 전까지인 2~3개월의 짧은 기간 중에 기독교, 특히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고통과 진리에 대한 고뇌를 그린 책이다. 연합군의 평양 점령 직전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은 개신교를 배척하며 그들의 종교 의식을 금지하고 지도자(목사)를 납치하여 자신들의 체제에 합류하는 것을 강요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납치된 14명의 목사 중 12명이 죽고 두 명이 살아남는다. 남한 정부는 북한의 만행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죽은 목사 12명을 순교자로 칭한 후 이들의 명예로운 죽음을 증언해 줄 살아남은 두 목사-신 목사와 한 목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배교를 하여 살아남았을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진실은 참혹했다...


                                                                                       

 

 

모든것은 전쟁에서 비롯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김은국의 '순교자'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당시 공산정권에 의해 처형당한 목사들의 이야기를 살아남은자들의 시각에서 신앙과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순교자라는 제목에서부터 기독교신앙에 대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너무 강해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단지 그러한 내용만을 다룬 작품이 노벨상후보에 오르지는 않았을것이라는 생각에 또다른 무엇인가를 찾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순교자'라는 말에서 과거 제국주의가 판을 칠 때, 유럽 열강이 식민지 전쟁을 벌이면서 선교를 수단으로 삼아 침략행위를 하며 수많은 순교자를 냈었고, 십자군전쟁에서도 그러한 순교자는 있었으리라는 것을 동시에 떠올리게 되어 온갖 생각이 스치기도 하였다.

평양에서 사목을 하던 열네명의 목사가 공산군에 체포되고 그 중 열두명의 목사가 총살을 당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두명의 목사만이 살아남아 총살직전에 국군에 의해 구출이 되고 살아남은 목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과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듯한 소설의 전개과정에서 적나라하게 파헤쳐지는 인간의 본 모습을 보게 된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인간적인 고통과 절규 이상으로 인간적인 고통과 절망의 나락을 발견하게 되고, 불신과 배교의 모습까지 보게 되지만 또한 신에 대한 믿음과 인간에 대한 믿음과 연민, 사랑이라는 것은 우리가 한마디로 판단하고 정의내릴 수 있는 개념 그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절망의 끝에 보인것은 희망이었고, 사실을 넘는 진실이 무엇인가, 진실을 보여주기 위한 거짓이 거짓일뿐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모든것을 다 감싸안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게 되는 것이다.



신을 믿는자에게나 믿지않는 자에게나 한 인간을 심판하는 자는 인간이 될 수 없다. 신을 믿고자 하는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라는 것에 대한 진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신앙인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바라보는 그 마음은 무엇을 담고 있어야할까 고민해본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작품에 담겨있는 인간의 도덕성과 심리묘사에 버금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김은국의 순교자는 민족의 분단과 이념의 대립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한국전쟁의 참혹함이 인간의 무엇을 짓밟았는가를 한번 더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