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등정기 4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정기IV

 

키보에 산장에 이르러 짐을 풀자마자 서둘러 식사가 나온다 

동숙하게된 이태리 의사는 그의 요리사가 특별히 준비한 스파게티를 연신 권한다 

그는 재난응급 의학전문가다

 켸나에서 개최된 학회에 참석후 브뤼셀 대학에 재학하는 아들과 함께 모시로 날라왔다 

간단한 고지호흡 방법을 가르쳐준다 

음베야 박선생은 오전부터 한파에 시달리다 감기기운에 고산증이 도진듯 모시 박선생과 정교장이 손수 특별히 끓여온 라면을 단 한술도 못뜨고 산행을 포기 산장 잔류를 택했다 

모두 서둘러 침낭 속으로 들었으나 설상가상 모로고로 정교장님 복통과 설사를 호소한다 

11시30분 기상 

야간산행 준비를 마치고 출발선에서 위를 올려다 보니 반딧불이 장관이다 

일렬로 천천히 지그재그로 날아 오른다 먼저오른 팀들이다 

그위로 별들도 총출동 했는지 칠흙같은 바다에 은가루를 뿌린듯하다 

결국 남은 일행 네명만 팀장 아우구스틴 파울로 그리고 베아투스 가이드 세 명과 함께 마랑구코스 죽음의 아홉 시간이 카운트다운 되었다 

헤드 랜턴이 앞서가는 발길들을 비춘다 팀장 아우구스틴의 걸음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반 보. 그의 발끝은 민달팽이 더듬이처럼 천천히 움직이며 착지 지점을 정확하게 찾는데 한번 그의 페이스를 놓치면 여지 없이 균형을잃고 마사토 자갈위를 한보나 주욱 미끄러지고 지팡이로 마사토 바닥을 사정없이 찍으면 보조가이드 파울로 깜짝 놀라 앙갈리아 브와나! (조심 하세요 선생님) 

베아투스는 여유롭게 두손을 주머니에 낀 채로 미끄러운 길을 자기 동네 뒷 동산 오르듯 한다 

쉴때마다 눈이 감긴다 

호롬보 산장 수면부족이 끈질기게 발목을 잡는다 

한스메이어 동굴앞에 이르자 등뒤에서 동이 터오르며 길만 포인트의 웅장하고 거친 현무암 덩어리들이 검붉은 자태를 드러내며 우리를 압도한다 

언듯 뒤를 돌아보니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어지럽다 

정교장님 쉬자며 잠시 정지하는데 파울로가 "우품지케 다키카 타노!"- 오분휴식!이란다.

 휴식시간이 짧다 십분만 자도 원이 없겠다

 서두르는 눈치가 정상이 가까운 모양이다 

눈꺼풀이 또 무겁다 

"브와나 우암카! 우싱게 암카 하파 하타리!" (선생님 깨세요 여기서 안깨면 위험해요!) 

정신을 화들짝 차리고 한걸음씩 전진하니 이번에는바위가 앞을 막는다 

우회하면 또 한놈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또 한놈이 버티고 있다 

마치 장애물 경주같다 

수없이 바위를 돌고 넘자니 나도 모르게 스텝이 헷갈리고 갈지자로 몇걸음 억지로 밀고 올라가니 파울로가 안되겠다 싶은지 배낭을 대신 메어 준다 

반 발짝씩 온 힘을 다해 마지막 바위를 넘어서니, 바로 아래 로이치 크레이터 수천길 절벽 아래 태초 어느날 대폭발의 중심이었을 암갈색 분화구의 정 중앙 애쉬피트가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다.

오른쪽에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냉장고 탑에서 방금 얼려 나온 얼음덩이 같이 태곳적빙하가 산정에 우뚝 얹혀있다.

 이스턴 아이스 필드다 .이제 크레이터를 빙글돌아 1.6 km 얼음밭 건너 192m 를 더오르면 우후루피크! 

아 비샤리 타워와 스텔라 포인트가 지척인데 이미 내겐 너무나 멀다 

길만포인트 팻말 기둥에 의지해 납작소반 만한 돌위에 앉아 나는 결국 기진하였다 

우뢰같은 소리를 내며 돌풍이 인다

 해는 이미 중천이다 

따뜻 하기까지하다 

졸음이 엄습한다 비몽사몽간에 초자연의 음성이 바람결에 환청같이 들린다

"베레쉿트 바라 엘로힘 엩 하슈마임 버엩 하아레츠" 숭엄하다 칼바람이 또 한번 귓전에 윙윙 소용돌이 치며 문자조차 사정없이 뜯고 흩날려버린다 

정신이 아득하고 숨은 턱에 닿아 기도도 찬양도 나오지 않는다 

안간힘을 쓰며 흩어지는 말씀을 붙잡으려 했지만 홀소리 모두 날려 흩어졌더니라 

"ㅌㅊㅇ ㅎㄴㄴㅇ ㅊㅈㄹ ㅊㅈㅎㅅㄴㄹ" - ㅊㅅㄱ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