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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양식/좋은 글과 詩

한 여름 길가에서/오세환

 

한여름 길가에서

 -베다씨를 생각하며

 

                                                

잎잎이 짙푸른 넌출위에

소나기로 쏟아지는

매미의 절창을 들으며

염천(炎天)에 길을 갑니다

살아가는 길엔들

절창 한번 없으랴

살아온 세월엔들

뜨거운 화상(火傷) 하나 없으랴

바람도 어찌 불면 뜨거운 것을

검불 같은 세월에

수없이 박혀진 못들

무수한 피멍에 흔적은 걷어 낼 수 있을까

머물지 못해 흔들리는 숱한 영혼들

오늘도 옹이 깊은 가슴에

노숙의 굽은 등처럼

외롭고 차갑게 길을 갑니다

언제 쯤

길 끝, 그 가난한 별빛자락에도

장마를 이겨낸 코스모스처럼

환한 기억으로 가 닿을 수 있을까

08-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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