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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양식/좋은 글과 詩

은행나무/ 강성규

다음은 금년 8월31부로 정년퇴직하시는 강성규 교감선생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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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교장선생님께~~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소식 전해주신 2004 교감선생님들,

2009.08.26. 정년퇴임을 앞두고, 지난 가을에 쓴 글을 올립니다.                                                                  .



  은행나무


2008년 10월 27일

학교운동장 노란 은행나무

잎들이 소년도 덮고 소녀도 덮는다


은행을 줍는

동네 할머니

은행을 줍는 걸까

십대 추억을 줍는 걸까

그 표정

그 자세는

은행을 줍는 걸까

세월을 줍는 걸까

가을바람이 할머니 치맛자락을 펄럭인다


눈꽃처럼 춤추는 노란 은행잎들이

할머니를 감싼다


할머니할머니는

가을날

나에게 보여지는

노랗게 익은 가을천사일까


할머니할머니는

텅빈 바구니에

왜 냄새나는 은행을

자꾸만자꾸만 담는 것일까


할머니 세월은

잘 구운

은행알처럼

먹음직하였을까

은행알 껍질처럼

고약한 냄새 송골송골 돋는

두드러기 세월이었을까


저 할머니할머니가

또 다시

은행잎을 줍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할머니할머니는

그냥

은행잎을 

소년을 지금도 찾고 있을거야


은행알

그대

할머니할머니 우리 할머니처럼

깊고 푸른

신비를 알 수 없어라



2008. 10. 27. 아침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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