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양식/자료모음

사돈지간이란?

백당 - 백세까지 당당하게! 2011. 5. 27. 10:25

요즈음 주말이면 결혼식 참여 하느라 바쁜시기이다.  아들 딸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 내가 결혼 했던 시절과는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사돈지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사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생각 해보기 위해 다음 글을 옮겨본다.

 

<사돈 남 말하지 마라>

 

나는 2남 1녀의 막내였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님은 자식들에게 “너희들이 빨리 결혼하여 술동무처럼 지낼 수 있는 사돈이 생기는 것이 소원이다”는 말씀을 자주 들려주셨다. 유감스럽게도 이 소박한 소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아내는 3남 3녀의 막내였는데 이미 연로한 장인어른은 결혼한 지 2년째 되던 해에 76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장인어른과의 추억이 많지 않은 것도 아쉬웠지만 아버님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소원을 들어드릴 수 없는 점도 죄송스러웠다. 그러나 장인어른이 몇 년을 더 생존해 계셨어도 두 분이 좋은 술친구가 되었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결혼하여 20년이란 시간을 지내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불편하고, 어려운 관계가 사돈지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돈은 혼인한 두 집안의 부모들 사이 또는 그 집안의 같은 항렬이 되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 상대편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사돈은 매우 가까운 관계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가깝지 않은 것이 사돈지간이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에 “사돈은 부처님 팔촌만도 못하다”,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말이 있고, 남이나 다름없는 먼 친척을 “사돈의 팔촌”이라고 부른 것을 보면 사돈 간에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그러나 원래 사돈이란 말의 유래에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우정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고려 예종 때 여진을 함께 정벌한 도원수 윤관과 부원수 오연총은 아들딸의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이기도 했다. 어느 봄날 술이 잘 빚어진 것을 본 윤관은 하인에게 술동이를 지게하고 오연총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간밤에 내린 소낙비로 물이 불어나 개울을 건널 수가 없었다. 안타까움에 발을 구르고 있는데 개울 건너편을 바라보니 오연총도 술통을 옆에 두고 발을 구르고 있는 게 아닌가. 잠시 후 두 사람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등걸나무(査)를 구해 걸터앉았다. 먼저 윤관이 술잔을 비운 뒤 개울 건너 오연총에게 잔 권하는 시늉을 했다. 오연총도 머리를 숙여(돈수·頓首) 술잔을 받는 예를 표시한 뒤 스스로 채운 술잔을 비웠다. 이렇게 둘은 등걸나무[査]에 걸터앉아 서로 머리를 숙이며[頓首] 술잔을 주고받는 시늉을 하며 풍류를 즐겼다. 이때부터 자식 사이의 혼인을 제안할 때는 ‘사돈(등걸나무에 앉아 머리를 조아린다)해볼까”라고 말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내 아버님이 꿈꾸셨던 관계도 윤돈과 우연총같은 사돈지간이였으리라. 이처럼 사돈지간에 오랜 술동무처럼 흉허물 없는 우정을 즐기려면 좋으려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돈은 세상에서 가장 대하기 조심스럽고 부담되며, 가급적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실제로도 1년에 한두 번 만날까 말까하는 사람이 사돈지간이며 막상 만나도 헛기침만 나오고 별다른 대화 없이 서먹서먹하게 시간을 보내다 헤어지는 것이 대부분의 사돈지간이다. 과연 어떻게 하면 사돈지간에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실천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사돈 남 말하지 마라

부부갈등도 마찬가지지만 사돈 간에 갈등이 생기는 대표적인 이유는 상대방에 대해 뒷말을 하기 때문이다. 며느리나 사위에게 사돈의 흉을 보면, 다시 그 말이 사돈에게 흘러들어가고 결국 사돈과의 사이에 앙금을 만들게 된다. 절대로 며느리나 사위에게 사돈에 대한 뒷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며느리(사위) 칭찬을 많이 하라

사돈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면 며느리, 또는 사위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면 된다.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이 예쁘다고 모든 부모 눈에는 항상 자기 자식이 최고일 뿐이다. 자기 자식을 칭찬하고,이뻐하는 사람을 싫어할 부모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며느리의 부모에게 며느리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라. 사위의 부모에게 사위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라.

 

셋째, 명절이나 애경사는 반드시 챙겨라

사돈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면 명절이나 애경사는 반드시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명절때는 반드시 친정(본가) 부모님을 찾아뵙도록 신경 써 줄 필요가 있으며 가능한 한 작은 선물이라도 들려 보내는 것이 좋다. 사돈댁에 생일, 결혼, 승진, 초상 등 애경사가 생기면 꼭 참석하여 최대한 성의를 표시하여야 한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사돈지간에 직접적인 만남이나 교류가 일어나는 가정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며느리(사위)를 통해 사돈댁의 안부를 전해 듣고 전달하는 정도일 것이다. 따라서 좋은 사돈관계를 형성하려면 중간에 있는 며느리(사위)가 어떻게 현명하게 처신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아는 어떤 여성은 선물을 살 때는 반드시 똑같은 것으로 2개를 사서 시댁에는 “친정 부모님이 보내는 선물”이라 말하고 친정에는 “시부모님이 보내는 선물”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돈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 주는 슬기로운 행동이라 생각된다.

 

사돈에 관련된 고사 성어에 아가사창(我歌査唱)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속담의 한자말로, 책망을 들을 사람이 도리어 큰소리를 침을 이르는 말이다. 사돈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사돈 남 말하지 말고 내가 먼저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노력해 보자. 사돈(査頓)이라는 말의 뜻처럼 내가 먼저 머리를 숙이고 상대방에게 깍듯한 예의를 갖추면 윤관,오연총같은 좋은 사돈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출처] 사돈 남 말하지 마라|작성자 양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