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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코너/곡반중학교

[스크랩] 최우수상 수상 작 -교사 유은화의 `행복한 교사 실천수기`2

 

존재하지 않는다 하여도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예의범절, 인륜, ‘정도(正度)’ 등이 시대가 변하여도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아닐까 싶다. 학기 초에 청소를 시키는데 한 아이가 가방을 메고 청소를 하는 것이다. 나에겐 기함할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어떻게 청소를 하는데 가방을 메고 할 수가 있지?

“○○아, 가방은 책상위에 올려 두고 청소해야지?”

“왜요?”

“어?”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였다.

‘왜라니? 얜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그러고 보니 나는 한 번도 그것에 대해 ‘왜?’라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청소는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배웠고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니 당연히 따라야 되는 것이니 의문을 가졌던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그 아이에게 무조건 가방을 책상 위에 놓아두고 청소를 하라고 했더니 투덜대며 청소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청소를 시킨 뒤 어느 날,

“오늘은 가방을 메고 청소해도 좋아.”라고 하였더니 냉큼 가방을 메고는 후다닥 쓰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었다. 그 아이를 불러서,

“○○아, 오늘 청소상태가 어때?”라고 물었다. 그 아이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더러워요.”라고 대답하였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하다가 왜 오늘은 이렇게 쓸었니?”

“가방을 메도 된다고 해서 빨리 쓸고 집에 가려고요.”

“그래서, 청소를 할 때는 가방을 벗어 놓고 해야 하는 거야. 너는 아니라고 해도 너의 마음은 이미 집으로 향해 있는데 청소를 열심히 잘 할 리가 있겠니?

 

청소 뿐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할 때는 그 일에 집중하기 위해 최대한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을 만드는 것이야. 알겠니?”라고 하자, 머쓱해 하며,

“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요즘 아이들은 직접 경험하거나 스스로가 납득되고 이해될 때까지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조금 힘든 과정을 거치겠지만, 대신 이해되면 또 쿨~하게 잘 지키는 매력도 지닌 것이 요즘 아이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2학년 선생님들 모임에서 2학년 4반을 이야기 할 때면 빠지지 않는 단골 이야기가 있다. 바로 1학기 반장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그 아이가 반장이 되었을 때 주위 선생님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이 아이, 힘들지 않겠어?’, ‘1학년 때, 사고를 좀 많이 쳤는데.’ 등등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의 머리에 ‘고생 좀 하겠네.’라는 생각이 스키며 힘든 생각들만 떠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장을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더욱 아니잖아? 아이들이 뽑은 반장인데 내가 믿어 주면 그만이지 뭐.’라는 생각으로 바뀌자 혼자 피식 웃음이 나는 것이었다.

출처 : 교감교장나라
글쓴이 : 雪岳居士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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