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우리 반 전체 모두 한 번씩 메일을 의무적으로 쓰게 하였다.
귀찮다며 ‘안녕하세요?’라는 한 줄만 보내던 녀석들도 담임의 정성어린 장문의 메일에 이제는 자발적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터놓고 있으며 조금씩 용기 내어 직접 상담 신청을 하러 교무실로 오는 아이들도 많아지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졌다.
사실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생각만큼 아이들과 상담을 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학교는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과 밥을 먹는다. 한편으론 밥을 먹고 빨리 그곳을 뜨고 싶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왕 먹는 것 나도 즐겁게 먹고 싶었다. 그래서 2학기에 들어선 1명씩 순서를 정하여 함께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차츰 아이들이 다가오는 느낌과 예전처럼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마음으로 담임을 생각해 주는 면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요즘은 3-4명씩 친한 그룹을 만들어 날짜별로 밥을 함께 먹으니 각종 개인들의 비밀을 담임에게 고하기 바빠 늘 1시간의 점심시간이 빠듯해 예비종이 쳐야 식판을 치우기 일쑤다. 항상 늦게 식차를 치우는 것이 죄송해 점심 이후 3층 복도 청소는 내가 도맡아 하게 된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공부에 뜻이 없는 아이를 시험 전 일주일 정도를 남겨서 공부를 시켰는데, 처음엔 강제로 시킨다고 아우성이던 녀석이 시험 이후 본인의 성적에 본인도 놀라하며 어느 날, 선생님 덕분에 성적이 올랐다며 중학교 들어와서 최고로 좋은 성적이라며 오히려 좀 덜 시킨다 싶으면 ‘왜 요즘은 남겨서 공부 안 시켜 주세요?’라며 은근 눈치를 준다.
이렇게 성취감을 한번 맛본 아이는 분명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아직 어리기에, 공부 방법을 몰라서 또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무기력에 젖어 부정적 자아가 형성된 아이들은 한 번의 기회만 잘 만나면 이렇게 스스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아이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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